이지이노베이션 ‘진입장벽 낮은 에너지 플랫폼’ 기업 되겠다 [스타트업in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입주공간과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in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보금자리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환경부가 2021년 발표한 국가온실가스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1783만 톤(CO2eq.)에 달한다. 이 중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ㆍ건설업 부문이 각각 2억 3956만 톤과 1억 2942만 톤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대한 온실가스 배출 요인을 줄이지 못한다면 정부가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목표 달성은 어렵다.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고 온실가스를 낮추는 것은 전 세계적 관심사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사용해 낭비를 막고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각 국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제로인증제를 도입,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축 건물에 적용되는 사항이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축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고 싶어도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이지이노베이션은 기축 건물의 에너지 효율 확보는 물론이고 공기 질까지 개선하는데 주력 중인 스타트업이다. 국내 건축물 중 전체 96.7%(715만 동)를 차지하는 3000㎡ 미만 중소형 건축물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적용 가능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구현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에너지 관리 플랫폼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호환성과 가격이에요. 센서들이 상당히 비쌉니다. 저렴한 것은 40만 원대에서 비싼 것은 80~90만 원에 달해요. 이렇게 설치를 해도 운영하면서 추가 비용을 받죠.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형태로요. 우리는 그 벽을 허물고 많은 이들이 에너지를 쉽게 관리하고 장비를 유지ㆍ보수하도록 돕고 싶어요.”
김성민 이지이노베이션 대표는 기존 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틀을 과감히 깨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진입 장벽이 낮으면 도입이 쉽고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에너지 관리 솔루션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데이터였다. 이것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제공하되 더 세밀한 자료를 원한다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기본 데이터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관리에 필요한 정보는 담았기 때문이다.
현재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기축 건물은 전체 97%에 달하지만 소외된 시장이다. 신축 건물은 초기 구축 단계에서 벰스(BEMS) 도입이 자유롭지만, 이미 완공 시기가 지난 기축 건물은 불가능하다. 이런 건물들은 처음부터 단열, 냉난방 효율 저하 등으로 에너지 효율이 낮다. 구조를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남수 이지이노베이션 이사도 “현재 에너지 고효율 장치 보급률이 높은 상황임에도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는 과정은 마른걸레에서 물을 짜내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조금만 노력하면 기존 설비와 시스템을 가지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지이노베이션이 제안한 것은 바로 ‘에너지ㆍ실내공기 질 통합관리 시스템’이다. 시설 운영 관리자 없이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장비를 활용, 냉난방기 작동 환경을 최적화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센서와 센서 제어용 허브를 개발했다.
센서는 냉난방기의 운전 상태와 필터 오염도를 진단한다. 흡입구에 설치해 쓰는 구조로 장착이 쉽고 간단하도록 설계했다. 흡입구로 공기가 통과하면 안에 장착된 팬과 센서가 측정을 시작한다. 공기 온도부터 습도, 풍속을 수집한다. 데이터는 와이파이(Wi-Fi) 또는 블루투스(Bluetooth)로 제어 허브로 전송된다. 기기 내에는 배터리가 탑재되는 점도 흥미롭다. 별도의 전원 케이블 없이 작동해 제품 외형이 단순해진다. 또한 내부에서 도는 모터는 발전기 역할까지 한다. 이남수 이사는 혹서기와 혹한기에 기기가 작동된다면 3개월 정도는 작동하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센서는 필터 오염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해진 시간마다 알림을 울리는 게 아니라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오염 시간을 가늠하고 사용자에게 교체 여부를 알려준다. 김성민 대표는 “필터 청소만 제대로 해도 약 5% 가량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전기 요금은 약 27% 절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 성능과 디자인, 기능적인 요소를 잘 버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센서에 풍력발전 구조를 도입하고 최적의 날개(블레이드) 구성으로 소음을 줄였다. 디자인도 어색함 없도록 만들었다.
센서 제어용 허브는 일종의 리모컨이다. 센서 장비와 무선 연결해 데이터를 받고 서버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내부에 공기질 측정 센서를 달아 실내 공기 상태를 가늠한다. 허브에 내장된 센서와 냉난방기에 부착된 센서를 조합, 최적의 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다. 사람이 많을 때에는 온도와 공기 질이 안 좋아지므로 냉난방기를 가동하고 반대라면 작동을 멈춰 에너지를 아낀다. 꾸준히 작동되면 학습이 이뤄져 최적의 상태를 알아서 만든다. 제어와 공기 상태 확인은 자체 개발한 앱으로 지원한다.
“현재 제품 가격에는 기업의 이윤, 연구개발 등 비용이 다 반영되어 있습니다. 비쌀 수밖에 없죠. 우리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니 이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최소한의 것으로 쉽게 쓰는 그리고 결과가 나오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힘을 모았습니다.”
이지이노베이션을 창업한 두 사람은 관련 업계에서 오랜 시간 종사한 베테랑이다. 국가 에너지 관리 사업 및 여러 제품을 개발했지만, 현재 기술로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 널리 퍼뜨리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규모로는 모든 것을 자체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한 제품은 최대한 간단하게 구성하는 것을 콘셉트로 했다. 복잡한 부품을 모두 배제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만 구성했다. 향후 유지보수를 생각해 센서와 기판 등을 모두 모듈화해 나눴다.
쉽지 않은 창업 과정이었어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의 도움이 있어 뜻을 이어갈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두 사람 모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김성민 대표는 “학교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 다른 곳 생각하지도 않고 여기를 선택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돌아온 결정에 만족감을 표했다. 기본적인 시설 지원도 뛰어난 데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대응을 빨리 해준다는 것이다. 처음 창업할 당시 기업 홈페이지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지원으로 즉시 기업을 알릴 홈페이지 구축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창업보육센터 내 입주 기업과의 협업도 좋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이지이노베이션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 우선 투자 유치를 통한 제품 생산이 우선이라는 게 김성민 대표의 생각이다. 이후 연구개발력을 늘려 더욱 확장된 에너지 플랫폼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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