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권주자들, 당대표 '레이스' 본격화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 4자 구도로 확정되면서 당권주자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대세론의 걸림돌인 '윤한 갈등' 희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부각하며 친윤 당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락해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보겠다"며 당대표 출마 결심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격려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일부 친윤계 의원들에게 지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한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 과정에서 친한계 김경율 전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한 전 위원장 사퇴 요구, 친윤계의 비례대표 사천 문제 제기 등을 거치며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관계로 됐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출마 결심을 전하고 이후 전당대회 캠프를 통해 "윤 대통령께서 격려의 말씀을 해줬다"고 언론에 공지한 것은 당대표 취임 이후 '윤한 갈등'으로 당정 관계가 삐그덕거릴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친윤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례적인 답변을 공개한 것은 결레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과 같이 전당대회를 치를 친한계 최고위원 후보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은 전당대회 역할을 위해 원내수석대변인직을 21일 사퇴했다. 비대위 영입인사인 박정훈 의원은 같은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핵심 기반인 대구·경북(TK)을 찾아 이철우 경북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과 연달아 만난다.
나 의원은 전통적 당원층에게 소구력이 있는 중진으로 꼽힌다. TK는 국민의힘 당원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나 의원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어대한' 기류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의 결과는 같지 않다. 당원들은 조금 더 정치의 고관여층이고 당의 미래에 대해서 진정하게 고민을 할 것이고, 다른 판단들을 하시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의 홍 시장 예방은 한 전 위원장 대항마로서 위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홍 시장은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배신자론', '총선 참패 책임론' 등을 제기하며 반한동훈 진영 주요 인사로 떠올랐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에서 총리직을 제안 받을 정도로 윤 대통령과 관계도 개선된 상황이다.
홍 시장은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위원장을 '정치적 미숙아'로 규정하고 "얼치기 검사출신이 더 이상 우리 당을 농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지명직은 어쩔 수 없었지만 선출직은 불가하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나 의원은 탈계파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친윤계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제가 지금껏 걸어온 정치에는 친(親)도 반(反)도 없었다"고 거리를 두고 있다. 나 의원은 원 전 장관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세우고, 줄 서는 정치를 정말 타파하고 싶다"며 "지금 진행하는 형국이 제2의 연판장 아니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전당대회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참패 책임론을 공개 제기했던 김기현 전 대표를 가장 먼저 예방했고 전당대회 라이벌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실과 윤상현 의원실도 직접 찾아가 인사했다. 전당대회 출마 명분인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 전 대표와 만난 뒤 취재진에게 "우리 당과 정부는 친윤·반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힘을 합쳐서 국민의 생활을 낫게 하는 정치를 펼쳐나가기에도 버겁다"고 강조했다. 향후 당정 관계 설정을 두고는 "싸우기만 하는 정치로는 불행해질 수 있다"며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통합과 소통을 강조해 한 전 위원장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 전 장관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에 윤 대통령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일각의 해석에는 "출마 결정은 별개"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21일 정치적 고향인 인천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우너장은 물론 나 의원, 원 전 장관 모두 견제하는 모양새다. 윤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통화를 '의례적인 전화'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관계가 거의 바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 전 장관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하고 같은 지역구에서 졌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전당대회에 이재명 대표에게 패배한 분을 또 당대표로 뽑을 수 있느냐, 이런 부분에 있어서 명분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나 의원을 향해서도 "저하고 같이 수도권 험지에서 당선됐는데 사실 저만큼 처절하게 싸우신 분은 아닌 것 같다"고 견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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