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서방 진영 대결에 우크라전 격화…장기화 기름 붓나

장재은 2024. 6. 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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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한 덕에 위기 넘긴 뒤 장기전 물적토대까지 마련
서방, 반서방연대 맞서 동맹강화·우크라 총력지원 불가피
푸틴과 김정은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할 위험이 커졌다.

러시아가 침공전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물적 토대와 국제연대를 정비하면서 서방도 상응한 대처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이 북한의 무기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와 서방간 진영대결의 최전선이 되면서 퇴로없는 양측의 총력전으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 포탄 답례로 상호방위 약속한 푸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北을 무기 생산기지로'…러, 우크라전 공세 가속 돌파구 찾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북한을 무기 생산기지로 삼으려는 러시아의 욕구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지속적으로 직면한 문제는 장기전에 따른 포탄과 미사일 부족이었다.

극심한 소모전이 되풀이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하루 수천발씩 쓰이는 포탄 부족은 곧 후퇴를 의미하는 난제였다. 여기에서 러시아의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북한이었다.

북한은 미소 냉전 종식 이후에도 긴장이 지속된 한반도 상황 때문에 대량의 포탄 재고와 대규모 생산역량을 유지하는 희소한 곳이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22년 후반기부터 최근까지 컨테이너 1만개 분량의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추산한다.

이들 컨테이너에 실려 러시아로 간 게 152㎜ 포탄이라면 300만발, 122㎜ 포탄이라면 500만발에 해당하는 규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방북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지원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가 올해 봄철 대공세에서 점령지를 확대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북한 포탄을 앞세운 화력의 우위가 거론된다.

우크라이나는 소모전에서 포탄이 모자라 속절없는 후퇴를 되풀이했다.

전선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조금씩이라도 계속 진군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러시아에 큰 의미가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기대를 걸고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꺾는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 대통령의 소망대로 끝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취임 이후 즉각 타협을 통해 종전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기대 속에 푸틴 대통령은 북러조약으로 북한에 동맹 수준의 상호방위를 약속해 더 안정적인 포탄 공급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통해 어떤 이면 합의를 이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더 많은 포탄, 나아가 미사일까지도 러시아에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심하는 안보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미 이란에서는 비싼 유도 미사일을 대체할 수 있는 자폭 무인기를 대량으로 공급받고 있다.

반서방 연대에 맞서 더 강력한 대처 불가피한 서방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패트리엇 우크라에 우선지원-본토 공격 제한도 추가 완화…북러에 맞서는 서방 연대

서방도 북러 등 반서방 군사연대 속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새롭게 직면한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이 서방 연대의 강화와 추가 군사지원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최선의 방책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외교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과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미사일 방어체계)과 포탄 전달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북러조약 세부 내용이 공개된 직후 미국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방공체계를 몰아주겠다는 방침이 발표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동맹국에 인도하기로 한 패트리엇 방공미사일과 나삼스(NASAMS) 지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요격 미사일을 구매하기로 계약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국가에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포함된다고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는 북러조약 체결 이튿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과 관련한 무기사용 제한을 추가로 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은 애초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근처 접경지이던 반격허용 범위를 러시아의 공격이 이뤄지는 본토 전역으로 확대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PBS 인터뷰에서 미제 무기의 발사 범위에 대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점령하려고 건너오는 곳이라면 러시아 내부 아무 곳"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큰 안보 위협을 겪는 국가들도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안정적으로 포탄과 미사일을 공급하기 위해 작년 7월 탄약생산지원법(ASAP· Act in Support to Ammunition Production)을 제정해 올해 3월부터 생산역량 확대에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전 군사개입은 이미 북러조약 전부터 진영대결의 심화에 발맞춰 확대를 거듭했다.

확전 방지 차원에서 대전차 미사일, 곡사포, 단거리 정밀타격이 주를 이루던 서방의 지원은 북한과 이란의 가세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서방은 전차,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데 이제 F-16 전투기까지 전달을 앞두고 있다.

현재의 살얼음판 국면은 나중에 북러조약이 발동될 빌미로 작용해 우크라이나전을 한층 더 격화시킬 악재로도 주목된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다른 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북러조약 4조를 확대 해석해 북한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방제 무기로 러시아가 공격당하는 상황이 무력 침공이냐는 물음에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것에 가깝다"고 답변했다.

우크라 "서방연대·추가 군사지원 외 답 없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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