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 노리는 메드테크 기업들...제약바이오 부진 속 희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의료기기 기업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란 재무구조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 잠재력에 무게를 둔 상장 방식이다.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불발된 것과 대조적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21일 의료기기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기업인 라메디텍이 지난 17일,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분야의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지난 19일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아이빔테크놀로지, 피앤에스미캐닉스, 넥스트바이오메디컬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첨단 생체현미경 기업인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오는 8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성 평가 관문을 통과한 뒤 지난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이 회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필한 대표이사가 개발한 생체현미경(IntraVital Microscopy, IVM) 원천기술을 토대로 2017년 교원 창업 기업으로 설립됐다.
살아있는 생체 내부 장기의 미세 구조와 세포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일체형 생체현미경 장비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에 생체현미경 ‘IVM-CM3′를 공급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메사추세츠주립대학,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도 판매됐다.
아이빔테크놀로지가 추진하는 총공모주식은 223만4000주로 100% 신주 모집이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7300원~8500원이다. 회사는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수요예측을 살펴봤다. 최종 공모가를 확정해 같은 달 25일과 26일 일반 청약을 받을 계획이다. 총공모 금액은 희망가 밴드 상단 기준 약 189억원이다. 상장 주관회사는 삼성증권이다.
피앤에스미캐닉스는 의료용 재활 로봇 전문기업으로 7월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보행 재활 로봇 ‘워크봇(Walkbot)’이다. 뇌졸중 같은 마비 증상으로 걷기 어려운 환자들이 과학적 보행 훈련을 받아 다시 걷도록 지원하는 재활 로봇이다. 지난 2011년 첫 모델 ‘워크봇_S’를 출시한 이후 2012년 유소아용, 2015년 성인·유소아 모듈 교환 방식, 2020년 최고급 사양을 적용한 ‘워크봇_P’를 지속해 출시했다.
피앤에스미캐닉스가 발행한 총공모주식은 135만주이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4000원~1만7000원이다. 회사는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공모가를 확정해 7월 8일과 9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인 이돈행 대표가 2014년에 창업한 의료기기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도 8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세계 최초 내시경용 지혈재 ‘넥스파우더(NexpowderTM)’다. 위장관 내 출혈이 나면 내시경을 통해 출혈 부위에 분말 형태로 분사된다. 수분과 결합해 겔 형태로 변화해 지혈 작용을 나타내는 신의료기술 제품이다. 국내 허가와 신의료기술 선정, 유럽 의료기기규정(CE-MDR) 인증,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미국, 유럽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 총 29개국에 판매 중이며 2023년 기준 수출 비중은 88%에 이른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지난 2020년에는 글로벌 1위 의료기기 기업 미국 메드트로닉(Medtronic)과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시장을 확대해왔다. 회사는 이달 초부터 미국에서 넥스파우더를 표준치료재로 올리고자, 시판 후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근골격계 통증 색전 치료재 ‘넥스피어-F’는 미국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는 세계 최초 속분해성 관절염 통증 치료재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피부 괴사와 색전 후 통증 부작용을 야기하는 비분해성 제품 대비 우수한 통증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이번 상장에서 총 1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2만4000원~2만9000원으로 공모 예정금액은 240억~290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르면 다음달 16일부터 5영업일 간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4일~25일 청약을 거쳐 8월 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기업들이 최근 기업공개(IPO)에서 약진하고 있는 반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신규 상장 예비 심사 신청을 철회한 기업은 17곳에 이른다. 이 중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 기업이 10곳인데 절반인 5곳이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분야 기술 특례상장 건수는 2019년 28개, 2020년 27개로 호황을 맞다가 2021년 19개, 2022년 13개, 2023년 12개로 급감했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최근 HLB 사태 등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은 부진하지만 의료·미용기기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며 “이런 분위기가 기업들의 IPO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기술 특례상장 요건으로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엄격해진 영향도 있다. 이달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이노그리드가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상장이 불발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최대 주주의 분쟁 가능성을 뒤늦게 공시한 것을 이유로 이 회사에 대한 상장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을 전격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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