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4자 대결 본격화…친한 대 반한 구도
나경원·한동훈·원희룡 23일 일제히 출마선언
원희룡 ‘윤심 후보’?,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
다음달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의 4파전이 유력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권주자들은 오는 25일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본격적인 전대 채비에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일요일(23일)에 출마선언을 한다”며 “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 세우고 또 줄을 서는 이런 정치를 타파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출마 결심을 밝혔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 시간 차이로(오후 1시 나 의원, 오후 2시 한 전 위원장, 오후 3시 원 전 장관)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고 당의 혁신을 위해 모두 쏟아붓겠다”며 차기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은 오는 24~25일 이틀 간 이뤄진다.
또다른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무의미한 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출마를 밝힌 주자들은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대표와 혁신위원장을 지낸 김기현·인요한 의원을 만났다. 이후 다수의 여당 의원실을 돌며 “우리 모두 동지이다. 내부에서 싸우다가 망할까봐 결심했다”고 쓰인 명함을 돌렸다.
나 의원은 같은 시간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을 찾았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 TK 지역의 지자체장을 차례로 만난다.
한 전 위원장 측은 ‘러닝메이트’로 장동혁·박정훈 등 최고위원 후보를 정했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 원내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최고위원 출마 후보로 거론됐던 박정훈 의원은 이날 SNS에 “사랑하는 국민의힘을 승리하는 정당으로 혁신하는 일, 그리고 당정이 화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일, 이 시대적 소명을 받들겠다”며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한 전 위원장, 윤 의원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 결심을 전했고, 원 전 장관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 측도 “이미 소통이 됐다”고 밝혔다. 당권주자들이 모두 대통령과의 관계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누가 ‘윤심 후보’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 전 장관은 엘살바도르 특사 보고를 위해 윤 대통령을 만난 바로 다음날 출마 선언을 해 윤심 후보가 원 전 장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나 의원은 이를 두고 “제2의 연판장 사태”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때가 되면 늘 줄 세우고 줄 서고 대통령실을 팔거나 제2의 연판장 같은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출마) 결심은 제가 주체적으로 한 것”이라며 ‘윤심’ 논란을 부인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저는 (19일) 당시에도 (전당대회에) 나간다 만다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남 얘기만 하고 왔고, 출마 결심은 그와는 별개로 제 정치적인 결정을 늘 함께 하는 분들과 결정을 해서 대통령께 전화상으로 구두보고를 드린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별로 각축이 예상되지만 결국엔 친한 대 반한 구도로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의원, 나 의원, 원 전 장관은 모두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변수다.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타 후보 간 연대로 한 전 위원장을 막아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선 패배 책임론과 당정관계 우려는 한 전 위원장 견제의 주요 근거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최근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의례적인 전화”라며 “신뢰관계가 거의 바닥에 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 전 위원장이 이기는 정당을 만든다라는 게 좀 쌩뚱맞다”며 “지난 총선에서 이기기는 커녕 우리 의석수가 더 쪼그라들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도 지난 20일 채널A 라디오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대통령과 차별해야 내가 다음 대권을 갈 수 있겠다’는 당대표가 돼서는 정말 우리 당에 미래도 없고 대한민국에 미래도 없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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