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활짝·에어컨 빵빵'…번화가 매장 정전 주의보

오정우 기자 2024. 6.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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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서울 강남 점심시간 개문냉방 영업 형태 여전
상점 직원들 "이렇게 하면 지나다가도 들르는 손님있어"
산업부 "개문 냉방 시 문 닫을 때보다 전기요금 33%↑"
전문가 "전력 낭비 심해질 것…최악의 경우 정전까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번화가인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앞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33)씨는 "매니저님이 본사 지침이라고 했다"며 "웬만하면 영업시간 내 문을 열고 영업하라고 했다"라는 말을 21일 전했다. 사진은 개문 냉방을 한 의류 매장의 모습. 2024.06.21.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에어컨 켠 채 문 열고 영업해요."

번화가인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앞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33)씨는 "매니저님이 본사 지침이라고 했다"며 "웬만하면 영업시간 내 문을 열고 영업하라고 했다"라는 말을 전했다. 가게의 영업시간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중 단 3시간을 제외하고 개문 냉방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씨는 본인 재량으로 문을 닫고 일할 수는 있어도 그렇지 못한다. 김씨는 벌레가 많이 들어오거나 비가 오지 않는 한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하는 6월에 개문 냉방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점심시간에 확실히 유동인구가 많으니 열어놓는다"고 했다.

강남역 부근 안경 가게에서 일하는 A씨도 "확실히 이렇게 하면 꼭 사지는 않아도 지나가다가 들르는 손님이 있다"고 말했다. 문이 활짝 열린 가게로 들어서자 앞머리가 넘어갈 정도의 강풍이 천장에 있는 에어컨 4대에서 터져 나왔다.

이같이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개문 냉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32.2도에 체감온도 30도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의 의류·신발·오락실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은 매장에서 개문 냉방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강남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성현제(35)씨는 점심을 먹고 "그저 시원해서" 오락실을 방문했다. 한 손에 휴대용 선풍기를 든 채 오락실 안을 서성이던 성씨는 "게임하러 온 건 아니다"며 "신발, 의류 매장 등 강남 인근 매장에서 개문 냉방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8월 명동의 모습.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2023.08.06. hwang@newsis.com

실제로 개문 냉방을 하고 있던 여성 의류 브랜드 매장 앞에 다다르자 한 여성은 "어우 시원해"라며 매장에 들어섰다. 옷을 들었다 내려놓는 등 잠깐 옷을 보다가 나간 고객도 상당수였다. 그중 한 명인 박모(40)씨는 "더우니까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면서 "문을 닫아 놓고 영업하는 게 맞다고 보긴 한다"고 했다.

개문 냉방 영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꾸준히 제기되곤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해 6월 '여름철 에너지 절약, 대형 유통매장부터 챙긴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공개했다. 산업부가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지난해 6월20일부터 사흘 간 전국 26개 주요 상권 및 4개 대형 복합상가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요 상권 총 5298개 매장 중 634개(12%)에서 이 같은 영업 행태가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신발 89곳 중 42곳(47%) ▲화장품 124곳 중 45곳(36%) ▲의류 682곳 중 192곳(28%) 순으로 개문 냉방 행태가 조사됐다고 드러났다. 특히 서울 명동과 홍대 등 '번화가'로 꼽히는 지역에서 개문 냉방을 하는 매장을 다수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는 "개문 냉방 시 문을 닫을 때보다 전기요금이 약 33% 증가할 수 있다"며 "'냉방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명 신발 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이난희(50)씨 역시 "개문 냉방을 하면 가게 입장에서 전기세가 많이 나올 거고 전력 낭비도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집에서도 문을 전부 닫은 채 에어컨을 1시간만 가장 높은 강도로 켜고 공기 순환기로 전력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개문 냉방 영업 행태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8월 명동의 모습.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2023.08.06. hwang@newsis.com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개문 냉방으로 에어컨을 더 많이 쓰게 되면 전력 낭비가 심해진다"며 실내 적정 온도인 26도보다 더 낮게 트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력 수요가 올라가면 최악의 경우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문 냉방은 소비자 입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가게 입장에서도 에너지 소모가 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9일 서울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터라 점포에서 개문 냉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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