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도 카메라도 없는 'AI 영화'가 온다
단 5일만에 한편 완성해
권한슬 감독 '원 모어 펌킨'
중동 인공지능영화제 대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파이널 씬' 등 15편 상영
영화의 전통 요소 가운데 핵심이 되는 두 가지는 배우와 카메라다.
등장인물의 열연과 이를 비추는 카메라 렌즈 없이는 시네마토그래피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만든 이후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보편적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영화계에선 저 오래된 영화 공식을 깨부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출현 때문에 스토리, 스크립트, 편집만으로 한 편이 만들어지는 'AI 영화'가 등장한 것.
AI 영화 제작과정에선 실존하는 배우도, 그들의 행동과 표정을 담는 카메라도 불필요하다. "영화가 나온 지 100년이 지났을 때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술이 나와 지금 영화랑 전혀 다른 게 나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뤼미에르 형제의 '예언'이 우리 시대에 실현될 조짐이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1993년생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One More Pmpkin)'이란 제목의 AI 영화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1회 인공지능영화제(AIFF)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시골마을에 살며 호박농장을 운영하는 한 노부부가 '200살'이 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을 알려주는 미스터리 호러 영화인데, AIFF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 모어 펌킨' 영상을 보면 AI가 만든 영상인데도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검은 옷을 입은 죽음의 사도가 노부부를 찾아오지만 노부부는 사도에게 자신들이 만든 호박요리를 먹인다. 두 노인이 사도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던 비밀은 바로 그들이 제공하는 호박요리였다.
이 영화에는 실존 배우가 없다. 전부 AI가 만든 영상이다. 관객이 보기에 화면의 세부적인 표현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없지는 않지만, 영화를 이해하는 데 방해될 수준은 결코 아니다. 감독이 입력한 스크립트와 화면 구도와 전환이 영화에 고스란히 투영됐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원 모어 펌킨' 제작기간은 '단 5일'에 불과했다. 시간과 비용을 놀라운 수준으로 단축한 것.
AIFF에 따르면 AIFF에는 AI 영화 500편이 출품됐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뿐만이 아니다.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도 'AI 영화'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자리가 올해 처음 열린다.
가장 주목을 끄는 섹션은 7월 12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부천 초이스 : AI 영화'로 '어나더' '코끼리가 들려주는 말' '파이널 씬' '제너레이션' 등 15편의 AI 영화가 한자리에서 연속 상영된다.
한국 작품은 4편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 젊은 감독들이 만든 AI 영화다. 야마구치 히로키 감독의 '발전의 주기'의 경우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런웨이 Gen-2를 사용해 영상으로 변환했다. 또 생성형 AI인 수노가 사운드를, 가사는 챗GPT로 만들어졌다. 이날 상영되는 영화는 대개 3~10분 내외의 짧은 단편들이지만 잠재력이 있기에 AI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AI 크리에이터'가 될 전망이다.
경상북도는 '국제 AI·메타버스 영화제(GAMFF)'를 이달 15~16일 이틀간 개최했다. 올해 처음 열린 영화제로 10개국 22편의 작품이 공개됐다.
영상부문 대상은 러시아 세르게이 코친체프 감독이 제작한 'Lullaby(자장가)'란 작품에 돌아갔는데, 모든 영상이 신경망 그래픽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영화부문 대상은 김소희 감독의 'My Dear'에게 돌아갔다.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영화인데 청각장애를 지닌 대학생이 AI앱 '마이 디어'를 설치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이 영화 역시 AI 기술이 활용됐다.
GAMFF에도 전 세계 42개국 감독들이 총 527편의 AI 영화를 출품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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