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에'는 한국어의 축복"… 김훈이 애정 드러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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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애와 아름다움을 탁월한 문장으로 전달해온 소설가 김훈이 신작 산문을 출간했다.
2부 '글과 밥'은 평생의 작업인 글쓰기에 대한 김훈의 생각을 드러낸다.
교착어(어근에 접사가 결합돼 문장 내 단어들의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인 한국어에서 조사가 갖는 힘, 형용사와 부사의 남용을 경계하고 주어와 서술어를 최대한 붙이는 저자의 습관 등을 제시한다.
특히 김훈은 강한 힘을 가진 조사 '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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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애와 아름다움을 탁월한 문장으로 전달해온 소설가 김훈이 신작 산문을 출간했다.
책은 명료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쓰인 45편의 글을 실었다. 술과 담배에 품은 애증을 털어놓는 서문 '늙기의 즐거움'을 읽고 나면 76세 노인 김훈의 현재를 서술한 1부 '새를 기다리며'가 펼쳐진다.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사연, 일산 호수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 노작가의 일상을 소개한다.
2부 '글과 밥'은 평생의 작업인 글쓰기에 대한 김훈의 생각을 드러낸다. 그는 "웃자라서 쭉정이 같고, 들떠서 허깨비 같은 말"을 버리고 필요한 말만 정확히 부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사여구로 겉돌지 말고 정확한 언어로 사물을 향해 달려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 매수가 늘어나고 원고료가 많아지는 날이 위험하다. 글 속에서 뜬 말들을 골라내고 기름기를 걷어 낼 때에는 남이 볼까 무섭다."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교착어(어근에 접사가 결합돼 문장 내 단어들의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인 한국어에서 조사가 갖는 힘, 형용사와 부사의 남용을 경계하고 주어와 서술어를 최대한 붙이는 저자의 습관 등을 제시한다. 특히 김훈은 강한 힘을 가진 조사 '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에'는 단어의 뒤에 붙어 앞 말을 장소·시간·원인·비교의 대상 등으로 만들어주는 부사격 조사지만 '곰에 호랑이에 사자에 다 있었다'처럼 둘 이상의 사물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기도 한다. "'에'의 성음은 낮고 작아서 잘 들리지 않지만 논리의 경직성을 풀어주고 글의 세상을 넓혀준다…한국어의 축복이다."
3부는 과거의 인물들로 시선을 돌린다. 찰스 다윈과 정약용·정약전 형제로 시작해 박경리, 백낙청, 강운구 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별세한 신경림 시인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농무'가 보여준 울분과 소외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신경림의 표정은 맑고 선하다…그의 얼굴은 천진성의 바탕을 보여준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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