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노래 부르던 '소녀' 그녀가 가는 길이 팝의 역사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6. 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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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출신 세계적인 팝스타
상처·희망 노래해 사랑받아
최초로 그래미상 4번 수상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 등
사회적 문제도 목소리 높여
AFP연합뉴스

아홉 살 무렵부터 기회만 생기면 무대에 서서 노래를 했다. 열두 살 때쯤 처음 기타를 배웠는데, 한번 잡으면 멈출 수 없어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연주했다. 학교에서는 유별나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당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날엔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뇌었다. "괜찮아, 언젠가 이걸로 곡을 쓸 수 있을 거야. 아파? 아픔에 대해 노래를 쓰자. 뭐야, 주체 못할 감정? 그걸로 노래를 만들자."

어느 날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부르는 모습이 음반 제작자의 눈에 띄었고, 마침내 그의 음악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초창기 컨트리 음악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팝 음악으로 나아가며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쌓이는 명성만큼 각종 논란과 루머에 휩싸였지만 그때마다 직접 쓴 가사와 멜로디로 정면 돌파하면서 더 크게 도약했다. 2006년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테일러 스위프트(34)의 이야기다.

신간 '테일러 스위프트'는 10대 시절 미국에서 자작곡으로 데뷔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가수의 성장기다. 스위프트가 지난 10여 년간 활동하면서 TV 쇼, 인터뷰, 콘서트 등 공식 석상에서 했던 말을 주제별로 엮었다. 생생한 말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스타덤 이면에 숨겨져 있던 한 사람으로서의 스위프트와 마주하게 된다. 음악을 사랑한 한 외로운 소녀가 얼마나 아파했는지, 자기 세계를 구축하면서 어떻게 단단한 여성으로 성장했는지 그 일대기가 펼쳐진다.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 지음, 헬레나 헌트 엮음 김선형 옮김, 마음산책 펴냄, 1만7000원

스위프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며 13개 앨범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렸고, 제6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미드나이트(Midnights)'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이 상을 4번 받은 최초의 아티스트가 됐다. 집단 괴롭힘, 실연, 배신감, 차별 같은 상처에 관한 노래와 다시 일어나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는 지난해에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57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참여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례로 2014년 정규 5집 앨범 '1989'를 발표하면서 구독형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는 음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뮤지션은 누구나 음악에 정당한 금전적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용자 체험 기간인 3개월간 뮤지션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던 애플뮤직에는 공개적으로 비판 서한을 보내 이를 시정했다. 빅머신레코드가 2020년 스위프트의 초기 앨범 6장의 마스터 레코딩 권리를 제3자에게 팔았을 때는 이들 앨범을 새로 녹음해 재발매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 노력해온 모습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2020)로 제작되기도 했다. "잡지를 펼치면 '제니퍼 로페즈 대 비욘세: 누가 더 핫한 엄마인가' 같은 제목이 있어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누가 더 핫한 아빠인가' 같은 제목의 기사는 없잖아요. 여자들은 늘 다른 여자와 비교당하고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인식이 계속되는 한,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거예요. '앨범을 더 많이 팔아야 하니까 더 벗고 나가야 해' 같은 말을 하는 매니저나 이미지 컨설팅 팀이 아직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927년부터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을 선정해온 '올해의 인물'에 지난해 연예인 최초로 단독 선정돼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타임은 "스위프트는 빛과 어둠으로 양분된 세계의 경계를 넘어 빛의 원천이 되는 방법을 찾았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는 올해 봄학기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를 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녀의 세계'라는 수업을 새롭게 개설했다.

스위프트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에게 음악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죠." 이 책은 스위프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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