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챔피언’ 디섐보가 AI와 손잡은 이유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6. 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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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아닌 확실한 이유를 알고 싶다”
‘스포츠박스 AI’ 영상 분석팀과 협업
오른쪽으로 밀리는 푸쉬샷 잡기 위해
임팩트시 왼쪽 골반 위치 1인치 위로
스윙교정 후 드라이버샷 정확도 상승
달라진 데이터를 통해 자신감 되찾아
메이저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브라이슨 디샘보가 우승컵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번 대회에 앞서 AI 영상 분석팀에 도움을 받은 그는 임팩트 때 왼쪽 골반의 위치를 교정해 정교한 장타자로 변신했다. USA 투데이 연합뉴스
골프는 자연에서 태어났지만 과학을 만나 비로소 완성됐다. 골프공의 딤플과 메탈 우드 등의 발명이 없었다면 골프가 지금처럼 전세계인이 즐기는 인기 스포츠가 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인 스포츠가 된 골프에서 감이 아닌 데이터를 중시하는 프로 골퍼가 한 명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필드의 과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2024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 정상에 오르는 데도 과학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골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선 대회와 다르게 디섐보가 처음 집중해서 확인한 게 하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윙과 샷 데이터다. AI와 손을 잡은 디섐보는 공을 멀리만 치던 장타자에서 원하는 곳으로 공을 멀리 보내는 정교한 장타자로 변신했다.

톱골퍼들도 벌벌 떠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컨트리클럽 2번 코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나흘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장타와 정교함을 겸비한 드라이버 샷이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337.9야드를 기록한 그는 대회 출전 선수들의 평균인 310.9야드보다 27야드 앞섰다. 페어웨이 안착률 역시 첫날 86%를 기록하는 등 이전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이버 샷을 똑바로 보냈다.

디섐보가 AI 기술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10일 끝난 리브(LIV) 골프 휴스턴 대회부터다. 지난달까지 드라이버 샷이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던 디섐보는 AI의 정교한 분석을 통해 원인과 답을 찾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자신의 스윙에 적용한 AI 영상 분석 시스템. 이 분석을 통해 임팩트 때 왼쪽 골반이 1인치 올라가도록 변화를 줬다. 스포츠박스 AI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디섐보는 자신의 팀에 AI 영상 분석팀을 합류시키자마자 US오픈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디섐보가 도움을 받은 곳은 스포츠박스 AI다. AI 빅데이터가 각 신체 부위를 정확하게 인식해 3차원 스윙과 함께 스윙 궤도 등 상세 데이터를 곧바로 보여주는 게 스포츠박스 AI 영상 분석 시스템이다. 디섐보는 자신의 스윙과 샷을 포어사이트 GC쿼드 데이터로 확인하게 된 뒤 드라이버 샷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디섐보는 우승을 차지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폰서, 캐디, 스윙코치, 트레이너, 스포츠박스 AI 등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수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디섐보가 AI 기술을 자신의 스윙에 적용한 이유는 두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동작 때문이다. 또 공이 왼쪽으로 감기거나 오른쪽으로 밀리는 이유 등을 데이터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만큼 디섐보는 스포츠박스 AI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

이지혜 스포츠박스 AI 대표는 “미스샷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의견이 아닌 확실한 데이터를 달라고 하는 선수가 디섐보다. 지난주부터 AI 빅데이터가 분석한 결과를 이용해 스윙을 점검하고 있는데 곧바로 우승을 차지했다”며 “물리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동작으로 인해 실수가 나오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된 만큼 디섐보가 빠르게 변화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박스 AI를 만든 이 대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전 프로 골퍼다. 예일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MBA 출신 프로 골퍼로도 주목을 받기도 했던 이 대표는 골프를 즐기는 모두가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2021년 11월 스포츠박스 AI를 세상에 선보였다.

드로 구질을 선호하는 디섐보가 가장 경계하는 실수는 오른쪽으로 밀리는 푸쉬 샷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왼쪽 골반이 임팩트 순간 어드레스 때보다 목표 방향으로 1인치 밀리는 것을 발견한 그는 곧바로 교정에 돌입했다. 스윙코치인 데이나 달퀴스트와 함께 왼쪽 골반을 임팩트 때 위로 1인치 올라가도록 스윙의 변화를 주자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디섐보는 정교한 장타자로 변신해 US오픈 챔피언이 됐다.

달퀴스트 코치는 “골반의 움직임이 잘못돼 오른쪽으로 밀리는 드라이버 샷이 나온다는 것을 AI 영상 분석팀과의 협업을 통해 알게 됐다”며 “스윙 데이터를 확인한 디섐보는 자신의 실수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제자리에서 회전을 가져가면서 왼쪽 골반을 이전보다 1인치 높게 가져가게 변화를 줬는데 제대로 적중했다. 왼쪽 벽을 만들어준 상태로 스윙을 하게 되면서 디섐보는 자신 있게 드로룰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섐보가 AI를 받아들인 뒤 메이저 정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프로 골퍼들과 스윙코치들이 스포츠박스 AI와 같은 AI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을 불게 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디섐보다. 이전부터 AI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 골퍼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PGA 투어와 LPGA 투어 여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스윙코치는 AI 분석 기술이 프로 골퍼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을 때 프로 골퍼들은 확실한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빠르게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비시즌보다는 시즌 중에 더욱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섐보가 US오픈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라운드에 앞서 골프공을 소금물에 담근다는 이야기도 주목받았다. 디섐보는 “구형의 물체에 딤플이 있다면 완벽하게 중앙에 무게 중심을 두기 어렵다. 균형이 잘 맞춰진 골프공을 찾기 위해 라운드 전 소금물에 넣고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스포츠박스 AI 영상 분석팀과 함께 US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박스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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