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으로 아랍국가들이 득봤다고? 오해와 진실은...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필자가 거주하는 중동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전쟁이 터지자마자 우크라이나행 비행이 전면 취소됐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항로는 지금까지 막혀 있다. 두바이에서 출발해 북서쪽으로 약 4시간30분정도 비행하면 갈 수 있었던 키예프(현재의 키이우) 국제공항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착륙하기 전 공항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다웠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국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는 곡물 생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이다. 이 두 나라 간의 갈등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급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들 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랍 세계는 이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재편성과 국제 정치의 복잡성 증가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중동 석유와 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이 전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이 이슈는 현재까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화에서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를 중심으로 아직 끝나지 않는 러-우 전쟁이 아랍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보통의 석유 가격 상승은 산유국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유가는 석유 수출로 인한 수익을 증가시켜 경제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에너지 소비국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악화시키고,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우디와 같은 산유국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 증대를 활용하여 인프라 개발과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장기적인 경제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역시 고유가과 LNG 수출의 증가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지만, 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또한,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자원 고갈 문제와 환경적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이 기회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석유 외교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도모했다. 또한, 석유 수익 증가로 인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실리를 많이 챙겼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관리하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여기에 두바이는 금융 허브로서 국제 자본 유입이 대폭 증가했고, UAE는 에너지 외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러시아 부유층의 자금이 아랍에미리트로 유입되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카타르는 LNG 수출국으로서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증가의 수혜를 보았다. LNG 수출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고,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중립적인 외교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의 LNG 공급을 확대하여 경제적 기회를 극대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높은 유가로 인해 에너지 소비국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직면했다. 이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조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정도 사우디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최근에는 유가상승이 움츠러들면서 한창 유가가 높을 때 세워놓은 ‘비전 2030’ 수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급기야 빈살만 왕세자가 돈이 부족해 돈을 빌리고 투자요청을 하러 이리저리 세일즈를 다닌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아랍에미리트는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재정비하면서도 서방과의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또한 정세가 불안한 러시아를 피해 비교적 안전한 아랍에미리트로 러시아 자본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건설, 금융,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고 고용 창출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러일으켰으나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내 거주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임대료에 쓰는 돈이 늘어나면서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외국인 전문직들마저 하나둘씩 두바이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까지 2023년에 터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커진 모습이다.
예멘과 시리아 같은 전통적인 분쟁 지역은 인도적 지원과 식량 원조가 감소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곡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인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요르단과 레바논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해 있다. 이들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레바논은 이미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의 여파로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다. 2023년 말부터 서로 전쟁에 들어갔으며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가뜩이나 러-우 전쟁으로 힘든 와중에 팔-이 전쟁까지 터지면서 아랍국가가 또 다시 들썩이는 중이다.
전쟁이 어서 빨리 끝나야 아랍세계뿐 아니라 전 세계도 안정화가 될텐데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2022년 연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굳히기 국면에 들어간 뒤 고착화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쪽이 방어하는 쪽보다 전력이 3배가량 더 우세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전력이 우위에 있지 않은데도 계속 공세를 펼치다가 병력과 자원만 소모하고 있다.
여기에 서방의 추가 지원은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수많은 미사일과 전투기와 같은 ‘게임체인저’ 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실제로 이들 무기가 상황을 실제로 뒤집고 러시아 군대를 격퇴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결국 휴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는 중이다. 6.25 전쟁 도중 평화협정을 맺지 못하고 38선 긋고 휴전하기로 한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하지만 휴전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러시아와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점령지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치적 타협이나 정전협정을 못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쟁의 향방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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