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평화를 위해 신에게 신세지다 [말록 홈즈]

2024. 6. 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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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파리 올림픽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전 도쿄 대회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3년 만에 열립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제가 태어난 후 열린 최초의 올림픽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였습니다. 레슬링에서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해, 시상식에 자랑스럽게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진 최초의 대회였지만, 두 살 때 일이라 기억이 없습니다. 여섯 살이던1980년에 일어난 일들은 단편적으로 떠오르지만, 그해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엔 추억이 없습니다. 공산권 국가들만 참여했던 대회라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984년 처음으로 겪었던 LA올림픽이, 2000년대에 개최됐던 시드니나 리우 대회보다 더 선명합니다. 서향순(양궁), 유인탁/김원기(레슬링), 안병근/하형주(유도), 신준섭(복싱) 선수가 선사했던 설렘과 기쁨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듯합니다.

다음달이면 열세 번째 올림픽을 맞이하는데, 지금껏 그 의미와 유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이야기해 봅니다.

1. 신께 바치는 운동회

국제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Olympic)의 본명은 엄밀히 말하면 ‘Olympic Games’입니다. 문자적 의미로 해석하면 ‘올림피아의 제전경기(祭典競技: 제사 제, 행사 전, 다툴 경, 재주 기=festival game)’이란 뜻입니다. 올림피아(Olympia)는 고대 그리스 엘리스 지역의 도시로, 제우스 신전으로 유명했습니다. Olympus는 본래 ‘산(mountain)’을 뜻하다가, ‘천상, 천계’로도 뜻이 확장됐다고 분석합니다. 올림푸스산은 실제 지명인 동시에, 신들이 모여 사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는 여러 지역에서 제전이 열렸습니다. 올림피아의 올림픽을 비롯해 네메아의 네메아제, 델포이의 피에티아제, 코린트의 이스토미아제 등이 대표적 제전이었습니다. 신을 숭배하는 의식을 치른 후 운동경기를 진행했는데, 이를 제전경기라고 불렀습니다. 제전경기의 시초는 그리스 신들의 두목 제우스에게 바치는 육상경기였다고 합니다. 이 제전경기가 ‘명랑대운동회’ 올림픽의 시초였습니다.

2. ‘4년에 한 번’ 평화를 도모하다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오랫동안 서로 박터지게 싸워서 공멸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엘리스의 왕 이피테스가 전쟁상대국 스파르타에 ‘제전’을 제안했습니다. 신에게 제를 지내는 경건한 기간, 나라들은 전쟁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원래 8년에 한 번 열렸던 대회 주기를, 4년에 한 번으로 조정했습니다. 제전의 주기가 길면, 그 사이에 전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컸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 함께 존중했던 신에게 신세를 진 셈입니다.

3. 알고 보니 전쟁종목, “까불지 마라!”

올림픽의 종목은 원래 단거리 달리기 하나였습니다. 이후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 판크라치온(권투와 레슬링을 합친 종합격투기)으로 늘어났습니다. 평화의 제전(경기)라지만, 잘 생각해 보면 박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경기는 모두 전투력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빠르고 힘세고, 무기도 잘 쓴다. 그러니 함부로 쳐들어 왔다가는 재미없을 줄 알아라!”

혹은

“우리 시민들이 이렇게 대단한 걸 해냅니다. 그러니 뭐 해달라고 하면 성실하게 협조합시다.”

리는 의미를 담았다고 추정해 봅니다. 그러니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국운을 짊어지고 경기에 임했을 듯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막강한 폭력을 보유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아이러니입니다. 수천 년을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의 올림픽은 인종과 국가 혹은 이념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층 더 치열해졌습니다. 이는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과 심판매수, 편파판정 등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힘센 나라, 부자 나라처럼 있는 것들이 더합니다. 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정의가 얼마나 무력한지 일깨워 줍니다. 평화를 표방하는 전 세계인의 대운동회가, 희망과 정의를 억압하는 불의의 위세자랑이 돼 버린 셈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야비한 이들이 판을 만들고 뒤흔드는 복마전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꿈을 향해 달려온 이들의 BTS(Blood, Tears, Sweat)가 전해집니다. 내 나라 내 선수를 응원하며 우리를 느끼고, 다른 나라 선수라도 감동적 노력과 성숙한 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긴 이에게 축하를 보내며 함께 기뻐하고, 승리하지 못한 이를 위로하며 다음을 기약하자고 응원합니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종목들과 수많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올림픽 말고 또 언제 있을까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거나 E.T.군단이 쳐들어 오지 않는 한, 제 삶엔 아마 여섯 번에서 여덟 번의 하계올림픽이 남은 것 같습니다. 그 대회들이 평온히 정의롭게 치러지면 좋겠습니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며.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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