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88번 손수건·붓글씨 이해인 수녀가 품은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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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는 2000년 유치원 교실을 개조한 곳에 '해인글방'이라 이름을 붙였다.
열 평 남짓한 작은 북카페 같은 글방에 머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녀는 매일 글을 쓴다.
'민들레의 영토'의 시인 이해인 수녀가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지 60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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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는 2000년 유치원 교실을 개조한 곳에 '해인글방'이라 이름을 붙였다. 열 평 남짓한 작은 북카페 같은 글방에 머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녀는 매일 글을 쓴다. 그룹 모임을 하거나 문학 수업을 하기도 한다. 오래전 어느 비혼모가 임신중지를 고민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아기를 낳은 후 글방에 찾아온 적이 있다. 품에 안은 아기의 입양을 부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수녀님은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고 좋은 양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이처럼 글방에는 오고 간 많은 손님이 있었다. 수녀님을 찾아오는 이들은 삶을 포기하고 싶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그의 소명이었다. "나는 글방에서 인생의 사계절을 충실히 경험하며 넓어지고 깊어지고 성숙할 수 있었다."
'민들레의 영토'의 시인 이해인 수녀가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지 6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그동안 소중하게 품어온 이야기를 모아 담은 단상집이 나왔다. 제목 그대로 수녀님이 아끼는 '소중한 보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의 편지부터 사형수의 엽서까지, 첫 서원 일기부터 친구 수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까지, 수녀원의 고즈넉한 정원부터 동그란 마음이 되도록 두 손을 모았던 성당까지, 열정 품은 동백꽃에서 늘 푸른 소나무까지 그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김수환 추기경의 엽서는 액자에 넣어 글방에 간직하고 있는 보물이다. "나도 수녀님처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이 주신 특은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라고 친필로 적어 보낸 엽서를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선종하기 1년 전 수녀님 네 명과 병실을 찾아가 같은 환우로 농담을 주고받고 추억 나눔을 했던 기억을 들려준다.
보물들의 면면이 다채롭다. 장영희 교수의 시계, 사형수의 목각, 수녀원 입회 때 받은 88번이 적힌 손수건, 아버지의 사진 등에 얽힌 이야기를 정겹게 들려준다. 법정 스님과의 일화,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등 하늘나라로 떠난 인연들과의 추억담도 만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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