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스마트폰 끄고 밤하늘의 별을 보세요 그 순간의 감탄, 인류의 시작점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6. 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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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책 '사피엔스'에서 인류를 추동한 핵심 동력으로 '공통의 믿음'을 꼽았다.

믿음의 대상은 비록 '허구'일지라도, 그건 인류사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었다고 하라리는 봤다.

신간 '경외심'의 저자 대커 켈트너의 분석은 하라리의 통찰에 가닿는데, 다만 그에게 인간의 공통된 믿음은 허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상이다.

―책은 '인생에서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을 여덟 가지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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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커 켈트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
거대한 신비를 마주했을 때
눈 커지고 "아~" 탄성이 절로
공포 속에서 나오는 용기
진리를 깨닫는 통찰의 순간
우리는 저절로 '압도' 당해
AI의 출현은 '빛과 그림자'
예술의 힘 떨어뜨리지만
새로운 예술 발견 도울수도
사진출처=ⓒNatalie Keltner-McNeil

유발 하라리는 책 '사피엔스'에서 인류를 추동한 핵심 동력으로 '공통의 믿음'을 꼽았다. 믿음의 대상은 비록 '허구'일지라도, 그건 인류사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었다고 하라리는 봤다. 신간 '경외심'의 저자 대커 켈트너의 분석은 하라리의 통찰에 가닿는데, 다만 그에게 인간의 공통된 믿음은 허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상이다. 만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 '경외심' 때문이다.

경외란 무엇인가. 경외란 우러러보면서(敬) 동시에 두려운 마음(畏)이 드는 심리적 순간을 뜻한다. 살다 보면 만나게 된다. '나 자신을 초월하는' 정서에 휘감기는 그 순간을. 1986년작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 판타지아(원제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며 누구나 전율에 자신을 내맡기듯이 말이다. 책 '경외심'의 저자 대커 켈트너를 21일 이메일로 만났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심리학과 교수인 그가 교정에서 적은 빼곡한 답변을 보내왔다.

―당신의 책 '경외심'을 경외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었다. 책에는 경외(awe)와 경이(wonder)가 교차 서술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노자는 '모든 존재는 경이에서 시작해 경이로 향한다'고 했다. 거대한 신비를 마주했을 때 인간은 경외를 느낀다. 이때 경이는, 경외에 뒤따르는 정신상태로 간주된다. 경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욕망과 연결되며, 경이라는 감각은 고조된 경외감의 체험 욕망으로 이어진다.

―만인이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은 구체적으로 언제일까.

▷눈과 입이 벌어지고,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내뱉는 반사적인 반응, 나아가 눈물이 맺히며 감탄할 때 우리는 경외의 마음으로 진입한다. 경외란 사실 우리가 '위대한 시스템의 일부'라는 느낌을 받을 때 가능해진다. 우뚝 솟은 100m 넘는 거목, 대공연장에 가득 울려퍼지는 선율…. 그런 광대함이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경외심 이한나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3000원

―책은 '인생에서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을 여덟 가지로 분류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보듯이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 이야기는 언제나 감명을 준다. 잔혹한 공포, 그리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초월적 용기를 그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인의 깊은 선의'는 인간이 가장 큰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이다. 또 삶의 진리를 번뜩 깨닫는 통찰, 거대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새 생명을 마주하는 시간 등에 우리는 '압도'된다.

―책에서, 예술을 통해 느끼는 경외심 부분을 집중해 읽었다. '소리라는 형태의 캐시미어 담요가 우리를 감싼다'는 당신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로댕의 '지옥의 문'에 관한 서술도 공감이 컸다.

▷로댕이 단테에게 영향을 받아 조각한 '지옥의 문'을 로댕미술관에서 보았다. 사후 세계로 향하는 문 주변부에서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모습을 조각한 작품이다. 나는 그 작품 앞에서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인류는 뼈로 조각한 피리를 불었고, 팽팽하게 당긴 동물 가죽으로 기초적인 형태의 드럼을 만들었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경외심의 매개다.

―거대한 천장 아래 회화를 감상하고, 교회 성가의 선율을 가슴에 새기며, 허름한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감동하는 수는 줄어들었다. 미디어의 범람으로 경외심을 소중히 대하는 사람들은 희귀종이 됐다.

▷기술은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을 약화시킨다. 신비로부터 인간을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외심에 대한 갈망은 스마트폰 액정화면 밖에서 가능해진다. 분명한 사실은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듣고' 진정성 어린 눈빛으로 '보려' 할 때 경외심은 온다는 점이다. 우리가 말을 잃게 만드는 그 순간,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설명되는 그 순간이 현생 인류의 삶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AI)의 출현은 경외심의 강화와 약화 가운데 어떤 결과를 낳을까.

▷AI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경외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예술가가 실제로 제작한 그림이나 음악이 가진 힘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경외심을 강화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경외심을 일으키는 새로운 예술가나 뮤지션을 발견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술은 지각으로 이어지는 문이자, 경외심을 비추는 눈이다.

―당신은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소녀 라일리의 뇌 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코믹하고도 유의미하게 그린 작품이다. 라일리의 경우처럼 경외심은 학습될 수 있는 걸까.

▷경외심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고, 내면에서 스스로 키울 수도 있다고 난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경외심을 느끼기 위해선 '멈춰야' 한다. 그리고 신비와 미지를 향해 마음을 열어두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예술작품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작품을 하나만 말해달라.

▷피터르 더 호흐를 꼽고 싶다. 페르메이르와 함께 거론되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로, 소박한 그림으로 진정성을 늘 보여준다. 수십 년간 나는 호흐의 그림에 매료돼 왔다. 호흐의 작품에선 인간이 일상에서 발견하는 빛, 함께 있음, 온화함과 겸손함,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경외감이 만져진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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