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상장 실패에 한국투자증권 책임론 부상…원인은 책임자 부재?
최대주주 지위 분쟁 사항 숨겨…상장주관사 책임론 불거져
한투證 '뻥튀기 공모가' 파두 사태 공동주관사로 압수수색 당해
IB 총괄하는 IB그룹장 장기 공석 여파…한투證 “적임자 찾는 중”
[마이데일리 = 황상욱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압수수색까지 당했던 파두 사태에 이어 이노그리드 상장 실패로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모 청약을 불과 5일 남겨둔 상장 준비 기업의 상장이 무산된 것은 우리 증시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 ‘톱3’를 기록하는 등 투자은행(IB) 명가로 불리던 한국투자증권의 위상이 2연타를 맞으며 꺾이는 모양새다.
21일 증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던 클라우드 기업 이노그리드가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취소당하면서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9일 제10차 시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 불인정을 결정했다.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알고도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는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누락했다는 것이다. 이노그리드는 6차례 정정한 신고서에서야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이 있다고 기재한 바 있다.
특히 이노그리드는 애초 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이노그리드는 재심 절차를 통해 다시 승인을 받기는 했으나 심사 이후 이례적으로 7차례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무리한 진행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금감원에서는 실사 책임이 있는 주관사 잘못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상장 주관사가 수년간 상장 준비 작업을 하면서 파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일을 막고자 지난달 ‘IPO 주관 업무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주관사의 부실 실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사태가 벌어진 이번 이노그리드 사태는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발생한 파두의 ‘뻥튀기 공모가’ 사태도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이어 압수수색 수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파두는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2023년 연매출이 1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모가격을 액면가(100원)의 310배에 해당하는 3만1000원으로 결정해 상장까지 진행됐으나 이후 실제 실적이 발표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공모를 통해 파두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예상 매출액이 아무 근거 없이 부풀려져 있었다며 파두와 함께 공동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도 ‘뻥튀기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정조준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현재 수사 중이다. 여파는 파두의 최대 거래처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어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SK하이닉스 법인에 대해 피의자가 아닌 주요 참고인으로 자료 확보 차원에서 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잇따른 실책은 IB그룹장 장기 공석 등 인력 역량 약화를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IB그룹장을 맡아 IB그룹 전체를 총괄하던 배영규 전무가 지난해 12월 회사를 떠난 이후 현재까지 6개월 넘게 그룹장 자리가 공석이다. 주요 핵심 멤버들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나 IPO 대표 기업 중 하나였던 한국투자증권의 IB 역량에 대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업무에 실수가 날 정도로 인력 이동이 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룹장은 전무, 부사장급 레벨 인력으로 현재 적임자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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