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유죄 판사 탄핵”... 이재명 지지자들 수원지검 앞 집회
‘사법농단 신진우 정치판사 당신이 범죄자입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수원지검 청사 바로 앞 인도 위 한 나무와 가로등 사이에 약 5m 길이의 현수막이 걸렸다. 게시를 제지하는 수원지검 청사관리 직원과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XX놈아, 이게 검찰 거야?” “XXXX야”라는 등의 욕설도 오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 약 50명은 수원지검 앞에서 ‘신진우 판사 탄핵집회’를 열었다. 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의 재판장이다. 그는 20개월동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을 심리했다. 신 부장 판사는 지난 7일 1심 판결에서, 이 대표의 방북 대가로 쌍방울에 대북 송금을 대납시킨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이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수원지검 앞 2차선 도로 건너편 건물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이들은 양손에 ‘타락한 정치판사 OUT’ ‘사법농단 신진우 정치판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 트럭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신진우를 탄핵하라” “정치검사, 정치판사 탄핵하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트럭 위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사법 시스템이 무너졌다. 검찰이 조작한 거로 재판을 한다”며 “과거에는 이런 판사들은 가죽을 벗기고, 그 가죽으로 의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판사가 그 자리에 앉게 했다. 잘못된 판결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부에서 사법부에 대한 탄핵을 통해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집회는 오후 2시까지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수원지검 앞 건물에서 근무한다는 안영수(32)씨는 “사무실이 집회 장소 바로 앞쪽인데, 너무 시끄러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귀마개를 끼고 일하고 있다”며 “요새 잠잠해졌다가 오늘 또 하길래 나와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검찰을 규탄하는 시위는 꾸준히 있었는데, 오늘처럼 판사를 향해 비난하는 집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곳에선 지난 4월부터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나기 전인 6월 초순까지 거의 매일 같이 ‘수원지검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이 ‘술자리 회유·진술 조작’의혹을 제기한 때부터였다.
이들은 지난 7일 1심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9년6개월의 중형이 선고된 후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지난 12일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추가 기소되고, 신 부장판사에 이 사건이 배당되자 이날 다시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이 사건을 ‘조작 수사, 조작 기소’로 규정한 이 대표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이날 한 지지자는 “본질은 사라지고 오로지 이재명 만을 잡기 위한 수사”라며 “김성태(전 쌍방울 그룹 회장)가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 북한에 돈을 준 사건인데, 김성태의 일방적 주장으로 검찰이 기소했다. 국정원의 쌍방울 주가조작 보고서는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객관적 진실을 무시한 채 소설을 써 가며 이재명의 죄를 묻기 위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 않은 선입견으로 가득 찬 정치적 판결’이라며 신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수원지법에선 신 부장판사에 대한 위협 등이 이어지자, 그의 신변을 보호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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