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온 팔순 비올리스트, 청중 눈길을 사로잡다

임석규 기자 2024. 6.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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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넘긴 오케스트라 단원은 굳이 허연 백발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오케스트라에 여성 단원이 드물었다.

지휘자 야낙 네제 세갱이 이끄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첫날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과 함께 버르토크의 헝가리어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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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입단 비올리스트 마릴린 스트로
글렌 굴드, 린 하렐과 실내악 연주하기도
1960년에 메트오페라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비올라 연주자 마릴린 스트로. 롯데문화재단 제공

팔순을 넘긴 오케스트라 단원은 굳이 허연 백발을 감추지 않았다. 느릿한 걸음에 구부정한 어깨가 크지 않은 키를 더욱 작아 보이게 했다.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로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비올라 연주자 마릴린 스트로(Marilyn Stroh)다. 1883년 창단해 14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 악단에서 64년째 비올라를 켜고 있는 연주자다.

그가 이 악단에서 연주를 시작한 건 1960년.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자마자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다. 이 악단 누리집에 올라온 마릴린 인터뷰를 보면, 그가 일하게 된 경위가 자세히 나온다. 원래 현악사중주단에 들어갈 생각이어서 처음엔 오디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악단 관계자는 “아무에게나 오디션 보라고 연락하는 건 아니다”며 분개했다. 마릴린은 줄리아드 스승이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오스카 셤스키(1917~2000)와 의논한 끝에 오디션에 응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이곳은 마릴린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다.

창단 141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팔순 비올라 연주자 마릴린 스트로가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휘지 야닉 네제 세갱 뒷편에 구부정한 자세의 비올라 연주자 마릴린 스트로의 모습이 보인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당시만 해도 오케스트라에 여성 단원이 드물었다. 그가 입단했을 때까지 하프 연주자가 유일한 여성 단원이었다. 마릴린은 “휴일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16일 동안 쉬지 않고 공연한 적도 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캐다나 태생인 그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첼리스트 린 하렐, 플루트 연주자 장 피에르 랑팔 등 저명한 연주자들과 실내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마릴린은 이번 공연에서 11명의 다른 비올라 주자들과 함께 차분하게 연주를 진행했다. 공연을 기획한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지만 성실하게 리허설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실내악 연주를 좋아하는 그는 정규 공연이 없으면 지인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도 종종 연주한다. 마릴린은 종신 단원이라 연주에 문제가 없으면 정년이 따로 없다. 유럽과 미국 오케스트라들은 정년이 없는 대신 연주 능력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거친다.

지휘자 야낙 네제 세갱이 이끄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첫날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과 함께 버르토크의 헝가리어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을 연주했다. 국내에서 대편성 오케스트라로 이 곡을 연주한 건 처음이었다.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뷔시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도 들려줬다. 이튿날엔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와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오페라 극장에 특화된 오케스트라답게 오페라와 관련된 곡들에서 더욱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는 게 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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