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하나로 매출 '1조원'…미국 뚫은 셀트리온, K-바이오 선봉에

김도윤 기자 2024. 6.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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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바이오,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①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잇따른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는 토종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등장도 눈앞이다. 지금은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시기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DDW(Digestive Disease Week,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 2024에 참석해 조찬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올해는 사실상 셀트리온의 미국 시장 진출 원년이나 다름없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의 직판(직접판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짐펜트라 미국 직판은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등장이란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문가들은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매출액이 내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짐펜트라, 한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나온다"
셀트리온은 올해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직접 미국 전역을 돌며 현장 영업에 나섰다. 서 회장을 필두로 미국 현지에 구축한 셀트리온 영업 조직이 현지에서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과 관계를 맺었다. 올 하반기 대대적인 광고 활동 등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미국 각지에서 그 동네 병원의 처방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키닥터'(KOL)들을 만나 짐펜트라를 알렸다"며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단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병서 셀트리온 글로벌마케팅본부장(전무)은 "오너(소유주)가 직접 미국 의사들과 만나서 짐펜트라의 경쟁력을 소개하니 확실히 효과가 있다"며 "짐펜트라가 미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서 회장의 현장 영업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짐펜트라는 미국 시장 진출을 발판삼아 한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에서도 짐펜트라에 대해 유일한 SC(피하주사) 제형 인플릭시맙 치료제로,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신약으로 주목하고 있단 평가다. 실제 미국에서 만난 여러 의사가 짐펜트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효능과 안전성 등 임상 데이터가 좋을 뿐 아니라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치료제로 기대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달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에 대해 "짐펜트라의 성공에 대해 확신이 든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매출액이 올해 3056억원, 내년 98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르면 내년 짐펜트라가 블록버스터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짐펜트라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거듭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산 바이오 의약품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신약을 비롯한 바이오 의약품은 이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등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K바이오팜·유한양행도 블록버스터 도전…K-바이오 위상 높인다
한국산 블록버스터 후보로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도 빼놓을 수 없다. 짐펜트라와 엑스코프리, 렉라자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도약한다면 한국산 바이오 의약품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해 처방을 확대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액은 지난해 27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늘었다. 올해 매출액은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선전을 토대로 SK바이오팜은 흑자 기업으로 변모했다.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약 한 품목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단 의미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미국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올 3분기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렉라자는 아미반타맙SC와 병용 임상 3상에서 IV(정맥주사) 제형과 유사한 유효성을 확인했다. 부작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투약 편의성이 높아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 만하단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렉라자의 신약 가치를 3조2500억원으로 평가했다. 렉라자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바이오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줄줄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고무적이란 평가다. 의약품 CMO(위탁생산)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한다는 의미도 남다르다. 특히 한국산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평가가 개선될수록 후속 품목의 허가나 기술이전, M&A(인수합병) 등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서 짐펜트라를 블록버스터로 키워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꾸준히 현장 영업을 뛰면서 이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게 됐는데, 분명히 어려운 시장이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부딪힌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단 확신이 들었다"며 "셀트리온뿐 아니라 더 많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며 실력을 입증하고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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