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힘들다' 내색도 안 해"…'탈주' 이종필 감독, '자본주의 몸' 이제훈X'기묘한' 구교환(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제훈과 구교환, 그리고 송강까지 이종필(44) 감독의 세계관이 '탈주'로 꽃을 피웠다.
액션 영화 '탈주'(더램프 제작)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 그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탈주'의 연출 계기부터 이제훈, 구교환 캐스팅 과정을 털어놨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와 오늘을 지키기 위해 북한 병사를 쫓는 보위부 장교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장교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추격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탈주'는 세상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모든 주어진 현실의 악조건을 뛰어넘는 이들의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용기를 다룬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과 위로를 자아낸 이종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작의 캐릭터보다 더 치열한 이야기를 다룬 '탈주'는 극한 장애물 속에서도 회피하거나 둘러 가지 않고 똑바로 직진하는 주인공 규남(이제훈)의 탈주와 스피디한 추격 액션으로 확실하게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종필 감독은 "몇 년 전 해외 토픽 기사를 보는데 아프리카 청년 2명이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활주로에 잠입해 바퀴에 몸을 매달았다고 하더라. 그 기사를 보고 놀랍지만 그렇게까지 하기까지와 그 청년들이 바귀에 몸을 매달았을 때의 심정과 마음이 궁금해지더라. 또 그 기사를 보고 며칠 뒤 직장 다니는 친구를 만났는데 울면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라며 펑펑 울더라. 비행기 매달린 아프리카 청년의 마음과 비슷하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나도 북한 소재 영화에 대한 선입감과 피로감이 좀 있다. 그런데 이 '탈주'는 단순히 북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 그리고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쭉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탈주'를 보고 나오면서 '내 이야기 같다'라는 감상을 기대하면서 만들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나는 모든 영화를 연출할 때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몇몇 관객은 끝이 아쉽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끝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다. 내가 왜 영화를 만드는가에 대해 생각했을 때 영화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힘을 내볼 수 있었던 기억으로 만드는 것 같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그렇고 '탈주'도 한번 어긋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를 가지고 개인이 해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남들이 볼 때 변화가 없을지언정 내가 봤을 때 '옳았어' '좋았어' 하는 것을 담고 싶었다. '탈주'의 주인공 규남(이제훈)도 탈북이 고민 많았겠지만 그걸 실행했을 때 두려움과 불안 속 쾌감이 있었을 것이다. 가능성도 봤을 것이다. 그런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종필 감독은 "내가 연출했지만 '탈주'는 수없이 봤는데 괜찮더라. 내가 말하는 괜찮음의 기준은 '오랜만에 집중해서 봤다'라는 것이다. 관객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대가 정말 빠르지 않나? 빠르고 집중하기 쉽지 않은 시대다. 집중할 수 있는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인데 '탈주'를 보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 봤구나'라는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탈주'는 이제훈의 남다른 '구교환 사랑'으로 성사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이제훈은 지난 2021년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교환을 향한 1차 팬심을 고백했고 곧바로 그해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구교환을 향해 손하트를 보내며 "구교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원하던 만남이 '탈주'로 이어지면서 꿈의 캐스팅을 완성했다.
이종필 감독은 "이제훈도, 구교환도, 나도 같이 작업한 적은 없지만 약 10년 전 다들 독립영화 진영에 있었다. 그때부터 서로 인지는 하고 있었고 다들 독립영화를 열심히 만들고 있을 때였다. 상업영화를 준비하면서 다시 이제훈이 보였는데 이제훈이 역기한 '박열'의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의 박민재가 같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라.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변화무쌍하게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가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매번 만날 때마다 우리는 영화이야기를 한다. 영화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확신과 묵묵히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감탄했다.
그는 "'탈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단 한 번도 '힘들다' 티를 안 냈다. 단편적인 예로 '탈주'에서 정말 짧게 이제훈의 전신탈의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은 관객을 위한 이제훈의 팬서비스가 아니라 임규남이라는 인간의 발가벗겨진 나체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처음엔 감독으로서 '이제훈이 벗을까?' 싶었는데 예전에 이제훈과 작품을 함께 한 촬영감독이 내게 '이제훈은 벗고 안 벗고가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몸이 문제다'라는 의외의 답을 주더라. 임규남은 단백질을 먹지 못한 고된 노동으로 만들어진 마른 근육의 몸이었다. 그런데 '자본주의 몸'이라고 하니 일단 이제훈에게 '자본주의 몸이라면서? 마른 근육 만들 수 있냐?'고 물었다. 단백질을 먹지 않은 마른 근육을 원했는데 어느날 촬영장에 왔더니 그 몸을 만들어 왔더라. 내가 요청하고 약 두, 세달 만에 그 몸을 만들어온 이제훈이었다. 힘들다는 내색도 없었다"며 "그렇게 촬영한 전신탈의 장면은 정말 과시용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의 발가벗겨진 상황과 느낌이 중요했다. 길게 보여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이제훈이 '탈주'를 하면서 안쓰러운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안쓰러운 짓을 하고 돌아온 사람을 회피하고 못 본 척 하면서 '할 만 하지 않냐?' 말 하기도 했다. 그런 내게 이제훈은 '죽어라 뛰어도 자세가 안 나온다'며 다시 뛰더라. 이제훈은 늘 '해볼게요' 한다. 그리고 항상 해낸다"며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뒤늦게 봤는데 그 장면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예쁜 짓을 했지?' 싶더라"고 애정을 쏟았다.
구교환에 대해서도 이종필 감독은 "구교환은 참 이상하다. 그 이상함은 잘 봐야 하는데, 그가 보여준 이상함은 늘 본질을 건드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구교환은 캐릭터 자체나 연기를 낯설게 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다. 리현상은 연기가 정형화 되면 재미가 없어지는 캐릭터다. 그런 연기면 뻔한 추격자가 된다"며 "사실 우리가 만든 '탈주'의 추격자는 단순했다. 그저 임규남과 과거의 인연이 있는 단순한 추격자였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리현상 캐릭터는 캐스팅이 잘 안 됐다. 이제훈으로부터 구교환이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릭터를 더 개발하게 됐다. 아주 오래전 구교환을 알고는 있었다. 당시 위닝 일레븐이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구교환이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만나서 같이 게임을 했다. 신촌에서 만나서 게임을 했는데 구교환이 정말 잘하더라. 내가 대패했고 구교환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헤어진 사이였다. 그때는 구교환이 게임을 너무 잘해서 싫어했다"고 웃었다.
이어 "게임을 하던 그 인연으로 '탈주' 캐스팅을 하기 애매했다. 정공법으로 캐스팅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리현상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빼야 했다. 다만 뺀 만큼 여지를 녹여내면서 틈을 메꾸고 싶었다. 실제로 구교환에게 툭툭 던지는 디렉션을 줬는데 그걸 센스있게 잘 받아 지금의 리현상을 만들었다"고 감탄했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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