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인감증명서 여분 요청해 허위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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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10여개의 업체에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 2~3장을 여분으로 내라"고 요구한 뒤, 계좌를 몰래 만들고 허위 대출을 일으켜 돈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10여개 업체의 명의로 '대출액 10억원 이하, 만기 3개월 미만' 대출을 쪼개 받는 방식으로 돈을 횡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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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법인통장 개설 후 대출 신청해 돈 빼돌려
금감원, 사고 기간 이전 대출도 전수조사
횡령액 더 커질 수 있어…100억원 넘을 수도
100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10여개의 업체에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 2~3장을 여분으로 내라”고 요구한 뒤, 계좌를 몰래 만들고 허위 대출을 일으켜 돈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대출을 받기 위해선 법인 인감증명서 등의 자료가 필요한데, 애초에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추가 서류를 요구한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현장 검사에서 이 같은 사고 경위를 파악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A씨가 대출을 신청한 업체로부터 각종 서류의 여분을 받아둔 뒤, 이 서류로 기업 몰래 법인 계좌를 만들고 대출을 실행해 돈을 빼돌린 정황을 발견했다”고 했다. A씨는 10여개 업체의 명의로 ‘대출액 10억원 이하, 만기 3개월 미만’ 대출을 쪼개 받는 방식으로 돈을 횡령했다.
업체로부터 받은 사업자등록증, 법인 인감증명서 등의 사본(복사본)으로 대출을 신청할 경우 감리 과정에서 들통날 여지가 커, 원본을 여러 장 제출하라고 사전에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감증명서에는 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검증 장치가 겹겹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사본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체들은 큰 의심 없이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주거래은행에서 요구하는 것인 데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워낙 많아 몇 장씩 내야 하는지 일일이 알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허위 대출에 연루된 10여개 기업 모두 신규가 아닌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금융 거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오랜 기간 믿고 맡긴 은행의 요구에 큰 의심을 품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가 사전에 횡령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서류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감원은 A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횡령 기간 이전에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사실이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에 횡령 사실을 자수한 A씨는 올해 초부터 100억원가량의 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A씨의 진술로, 범행 기간 이전에도 횡령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모두 A씨의 자백을 바탕으로 한 사실 관계다”라며 “A씨가 취급한 대출 내역을 모두 살펴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고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횡령액이 100억원을 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사고 검사에서 ‘우리은행이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를 단계별로 살피고 있다. 여신 감사는 ‘지점-본점-감사단’을 거쳐 3단계로 이뤄지는데, A씨의 횡령 정황을 해당 지점에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1단계에서부터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 배치된 준법 감시 담당자, 내부통제 담당자는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필요하면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해당 지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라며 “삼중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에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본점의 여신 관련 업무 절차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이날 검사 인력을 3명 추가 투입했다. 이번 인력 증원으로 우리은행 현장 검사 인원은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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