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감독 "이제훈, 자본주의몸 없애고 전신노출…늘 해내는 배우"[인터뷰]①
이종필 감독은 영화 ‘탈주’의 개봉을 앞두고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이제훈은 군생활 10년 후 전역을 앞둔 상황에서,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질주를 택한 북한 병사 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앞서 이종필 감독은 지난 17일 열린 ‘탈주’의 기자간담회 당시 이제훈을 주인공 ‘규남’ 역에 캐스팅한 배경을 “멀리서 지켜본 이제훈 배우가 극 중 규남처럼 자신의 신념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종필 감독은 이제훈을 위와 같이 표현한 이유를 이날 인터뷰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를 비롯해 이제훈, 구교환 배우 세 사람은 ‘탈주’ 전에 함께 모여 작업할 기회는 없었다. 함께하진 않았으나 각자 독립영화의 지형에 몸담으면서 10년도 더 된 오랜 시간 전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행보들을 슬쩍 슬쩍 꾸준히 지켜봐왔다. 그런 면에서 이제훈이란 배우는 독립영화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상업영화를 한 이후에도 이제훈 배우를 보면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영화 ‘박열’의 주인공과 ‘아이캔스피크’의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라고? 작품하며 이제훈의 사무실에서 일 대 일로 이야기할 기회들이 많았는데 그의 사무실에 큼지막히 붙어있는 작품 포스터들을 보면 한 인물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부 얼굴이 다르더라”고 떠올렸다. “그렇게 변화무쌍히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면서도, 만나면 늘 ‘나의 극장을 갖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늘 영화 이야기를 한다. 요즘 제훈 배우가 하는 유튜브도 있지 않나, 그것도 전국에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작은 영화관들을 찾아가는 콘텐츠”라며 “알려질 기회가 적은 독립영화들도 홍보하더라. 이 사람은 정말 영화에 진심이구나, 신념을 갖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구나 생각했다. 늘 진심으로 신념을 대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고도 전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늘 진심을 갖고 접근하는 배우라고도 칭찬했다. ‘탈주’를 촬영하며 이제훈의 진정성을 직접 피부로 느껴 놀란 적이 많았다고 한다. 이종필 감독은 “이 사람이 절대 힘든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탈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3초 정도 아주 짧은 찰나 규남이 전신을 노출하는 장면이 있다”며 “다 벗어야 했다. 벗는다는 게 주연배우가 팬서비스를 하는 상업적 느낌이 아니었다. 짧은 순간 인간의 발가벗겨진, 말 그대로 정말 나체의 상태를 드러내야 했다”고 관련한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훈 배우가 벗어줄까 고민했다. 그런데 제훈 배우는 사실 벗고 안 벗고의 여부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몸의 근육 자체가 이미 자본주의의 몸이라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해 웃음을 안겼다. 다만 그 걱정은 결과적으로 무색해졌다. 이 감독은 “제가 이제훈 배우에게 노출 장면을 이야기하기 전 ‘자본주의 몸이시라면서요?’ 먼저 물어봤다. 그러니 그가 ‘어떤 몸이 필요하세요?’ 되묻더라”며 “인간의 나약한 나체를 원한다고 하니 고민없이 ‘만들어보겠다’는 답이 오더라. 힘들다는 소리가 없다. 촬영 날 그의 몸을 보니 바로 (내가 원한) 그 상태가 되어있더라. 그 말을 꺼낸 후 2~3달 만에 바로 그렇게 만든 거다. 그런데도 그게 힘들다느니 따로 티를 내거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제훈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오랜 고민 및 계획 끝에 목숨을 걸고 탈주를 결심한 주인공 ‘규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다. 벼랑 끝에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처절히 질주하는 규남을 표현하기 위해 58~60kg 수준까지 체중 감량을 감행했다.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현상의 집요한 추격을 피해 끊임없이 달리고 구르고, 총을 피하며, 날리는 등 고군분투의 향연을 보여준다.
이종필 감독은 “안쓰러워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감독은 원하는 장면을 위해 배우가 안쓰러운 상황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안쓰러운 짓을 한 뒤 돌아온 사람을 못 본 척 회피한다”고 토로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죽어라 뛰지만, 보이는 자세가 그래보이지 않으면 다시 자세를 고민해서 뛴다. 어쩔 수 없다”면서도, “매일 아침 영화 촬영 현장은 시간이 촉박한 곳이다. 한 컷을 위해 대화할 시간이 현장에선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제훈 배우와는 늘 장면을 찍기 전 전하려는 이야기를 메모로 소통했다. 그 때마다 제훈 배우의 답은 늘 똑같다. ‘해볼게요’. 그리고 항상 그걸 해낸다. 모든 상황과 요구들을 그대로 해내는 그가 대단했다”고 극찬했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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