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혼내주자” 24년전 남한 패싱, 이번에 또 뒤통수…푸틴의 길들이기 외교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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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련과 러시아 정상을 통틀어 평양을 방문한 유일한 최고지도자다.
2000년 6월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은 러시아에 갔지만 방북 준비에 바쁜 푸틴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과 푸틴은 일체 회동이 없는 반면 러북 정상은 작년과 올해 두 번이나 만났다.
24년 전 방북 때 푸틴은 정보요원 출신의 '외교 애송이'였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외교 달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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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련과 러시아 정상을 통틀어 평양을 방문한 유일한 최고지도자다. 더욱이 19일 방북은 2000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냉전 시절 ‘공산주의 맏형’을 자처한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들이 한참 아래 뻘인 북한까지 갈 이유는 없었다. 동유럽 각국에서 반소(反蘇) 민주화 운동이 분출하는 마당에 자리를 비우기도 힘들었다. 대신 1970년대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루머니아). 에리히 호네커(동독), 요시프 브로즈 티토(유고) 같은 동유럽 정상들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났다. 소련 사주 하에 공산국가 결속을 대외에 과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더욱이 러시아인들은 북한의 극한 반발 속에 어렵게 수교한 한국이 1990년대 망가진 러시아를 무시하고 경제 지원에 소극적인데 대해 불만이 컸다. 한국을 혼내주자는 분위기는 옐친 2기 집권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있었지만 술독에 빠져 일을 제대로 못한 보리스 옐친은 반한(反韓) 외교를 적극 가동하지 못했다. 푸틴의 첫 방북은 그렇게 이뤄졌다. 김정은과 만나 예전처럼 유사시 군사 개입까지는 아니지만 상대국에 침략 위기 발생시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으로 안보 협력의 끈을 복원했다. 이후 김정일은 2001년과 2002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연속 답방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푸틴 집권 초기 러시아에 맥을 못췄다. 2000년 6월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은 러시아에 갔지만 방북 준비에 바쁜 푸틴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 1월 방러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처럼 특정 국가 외교장관은 푸틴과의 만남이 가능한데 당시 한국은 제외됐다. 같은해 10월 이한동 국무총리는 푸틴과 면담을 요청하고 크렘린 광장 주변을 배회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바빠서 어렵다”는 답변이 뒤늦게 왔다. 대통령이 총리를 만나는 게 격이 안 맞는다는 이유였지만 몽니이거나 핑계라는 해석이 많았다. 푸틴의 ‘한국 길들이기’에 우리는 그런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2주일 뒤 푸틴 방북에서 북·러 간 유사 시 상호 군사원조 제공과 고도화된 군사기술 협력이 발표됐다. 설마 했다가 허를 찔렸다. 24년 전 방북 때 푸틴은 정보요원 출신의 ‘외교 애송이’였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외교 달인’이 됐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푸틴의 강온 전략을 쉽게 봐선 안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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