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논의 중인 '최저임금 차등적용'…타당성 없다"
"'하향식' 차등적용, 제도 목적·취지 안 맞아…객관적·과학적 근거 마련해야"
"독일·일본은 '상향식'…해외처럼 일반 최저임금 보완하는 식으로 설정해야"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현재 최저임금보다 낮은 방식으로 차등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2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조사처는 "현재 논의되는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며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통계와 법률상 명시적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일반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에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매년 안건에 오르고 있지만 부결되기 일쑤였다.
다만 올해 3월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돌봄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올해 최임위에서 노사가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임금 지불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찬성, 노동계는 특정 업종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 우려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취지 및 법의 구조를 고려하면 차등적용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제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조항이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 설정을 곧바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보기엔 다소 난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차등적용이 가능하려면 현재 최저임금 기준인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감안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을 기준으로 볼 때 최저기준을 상회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춰 경제적 변수, 국가역량, 노동통계의 질, 행정집행력 등 다양한 요소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사용자의 법준수 의식과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상 명시적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지불능력 차이를 이유로 차등적용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개정을 통한 추가적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통계로 과학적, 객관적 입증을 갖출 것을 요청했다.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해외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한국의 차등적용 논의와 다르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근로자가 적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일반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차등적용이 한국의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이라는 것이다. 특정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한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에만 차등적용이 인정된다. 호주도 마찬가지로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된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산업, 직종, 경력 등에 따라 차등화 해 근로자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적 장치"라고 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과 산업별 최저임금 2가지로 구성된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일반적인 최저임금을 의미한다. 산업별 최저임금은 이 일반 최저임금을 보완하며 기업 임금수준 설정 시 노사 간의 협의체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별 최저임금과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 사용자는 둘 중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 같이 설명하며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 생활 안정 등의 제도 취지에 반한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향후 과제를 제시하며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과학적·객관적 통계,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이 의도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음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자 한다면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의 구조를 설계해 기준 최저임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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