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에 '미-러 충돌' 조짐…요동치는 글로벌 안보 지형[딥포커스]

조소영 기자 박재하 기자 2024. 6. 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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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동맹 준하는 북러조약 논란 떠올라…대통령실 대응
푸틴도 반격…미 '우크라 무기' 건드렸으나 수위 조절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환영공연'이 전날 평양체육관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조소영 박재하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수준의 조약을 맺은 뒤 글로벌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유럽 지역에 조성됐던 긴장감이 동아시아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전쟁을 계기로 고립된 러시아의 상황 타개를 위한 움직임, 이를 쫓아 제재를 가하는 미국 및 한국을 비롯한 미(美) 동맹국가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訪北)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북·러 관계가 냉전시대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란의 조약'으로 떠올랐다.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으로부터 공개된 조약 전문에서 제4조는 '자동 군사 개입'으로 해석될 만한 문장으로 규정됐고 이외에도 해당 조약에는 국제사회의 대북(對北)제재는 아랑곳하지 않는 경제·과학기술 협력이 포함됐다.

당초 해당 조약이 선언적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문 내용이 예상과 벗어난 것을 인지한 뒤 즉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해외 통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전체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한 것과는 무색하게 한반도를 위협할 만한 조항들이 명시된 조약을 러시아가 체결했다는 점에서 러시아 또한 이와 견줄 만큼 아플 조치를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이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것을 뒤집는 조치를 내놓은 것. 한국 대통령실은 20일 "일어나지도 않을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 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궤변, 어불성설"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19일 북한에 이어 20일 베트남을 찾아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 푸틴 대통령은 이에 즉각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외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는 "(한국이)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 구역에 보내는 것과 관련해, 이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도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며, 이는 오늘날 한국 정부를 기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정부 또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조약을 비롯한 북·러 밀착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무기 문제'를 건드렸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국경 뒤에서 공격할 때,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그 지상군에 반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무기) 정책의 중점"이라며 "이는 자위권의 영역으로, 그들(우크라이나)이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사용 범위가 하르키우 인근 러시아 영토로만 제한되지 않는다고 승인해준 것으로 해석됐다.

당초 서방국가들이 지원한 무기는 크름(크림)반도나 러시아군 점령지와 같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목표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국경 너머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의 격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국경에서 불과 30㎞ 떨어진 하르키우로까지 진격해오자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국경 너머 군사적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31일 미국 정부는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부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라이더 대변인의 발언은 이 '일부'에 대한 제약을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그 활용에 제약을 두지 않는 만큼 '우리도 그럴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측과의 조약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이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를 맞이했고 가자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북아 안보 정세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이처럼 고조되면서 양국 간 충돌도 우려된다. 그러나 정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서 치러야만 하고 라이더 대변인은 이날 "에이태큼스(ATACMS)와 같은 장거리 무기와 관련해 미국의 무기 사용 정책(범위 제약)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의 힘으로 유지되는 세계평화)를 이끌었으나 세계 정세가 변화하면서 이를 수정한 바 있다.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고려, 두 개 이상의 전쟁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2024.06.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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