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강, 진정한 성장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는 해양(수상)레저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서도 이 룰은 적용됐다. 반면 우리는 소득 3만 불 시대를 넘어선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 이런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해수부는 일찍이 해양레저 시대의 도래를 대비해 전국 40여 개의 마리나 인프라를 공급했다. 그러나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서 오는 현실과의 괴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처럼 단순 계류장 시설 중심의 공급을 계속하다 보니 금세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인프라를 즐기기 위해서는 계류장 시설도 중요하지만, 마리나 서비스업에 적합한 장비 공급업, 수리업, 선박임대업, 음식점업 등 부대 서비스업 유인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선 아직 이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레저 스포츠를 즐기도록 만들고, 이용객들을 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전국 대부분의 마리나가 적자에 빠져 산업 발전 선순환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 리버시티 서울 종합계획 발표에서 수상관광, 성장의 거점을 지적한 대목이 있어 오랫동안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필자에게 반가움을 안겨줬다. 한강을 그저 감상하는데 치중한 ‘수변 관광’에서 물을 이용해 한강에서 레저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수상 관광’으로의 전환은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사람들의 인식에 대전환을 일으킨 것처럼 해양 레저 산업 발전을 위한 대전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서해와 접해있는 해양도시다. 조선시대의 세곡선, 무역선이 한강 수운을 이용해 한양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포, 반포, 노량진, 염창동 등의 지명이 이를 보여주는 예시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한강하구가 남북접경지역이기도 하고, 하구의 수중보로 인해 선박 통행이 불가능해 해양도시라고 명명하기가 다소 궁색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아라뱃길로 선박이 서해로 연결되니 그 명칭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아라뱃길은 한강과 갑문으로 연결돼 있고, 길이 18㎞, 폭 80m, 깊이 약 6m이며, 5000톤(t)급 선박 교행이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한강 갑문은 한강과 아라뱃길의 수위 높이를 맞추기 위해 물을 채우거나 빼서 선박 운행을 가능하게 한다. 갑문을 지나면 김포시가 나오고, 194선석의 아라마리나가 있고, 서쪽 끝에는 인천시 서구의 정서진이 나온다. 정서진은 서울의 정방향 서쪽을 말하는데, 전국의 자전거길 시종착점이 된다. 여기에도 서해와 연결하는 갑문이 있다. 향후 서울항이 만들어지면 한강, 아라뱃길, 서해로 연결이 가능해 국제항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지리적 이점이 많은 한강의 장점을 살린 리버시티 서울에 관해 얘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리버시티 서울, 성장의 거점으로서 한강은 연 6445억원 생산 효과, 2881억원 부가가치 효과, 6845명 일자리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강 내 마리나 공급이 기존의 여의도 서울마리나 90선석, 난지서울수상레포츠센타의 150선석에서 한강아트피어, 잠실마리나의 신설계획을 포함하면 1000선석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마리나는 계류장 시설 보다 선박정비수리업, 장비판매업, 클럽하우스 휴게음식점업, 수상교육서비스업, 선박임대업 등 부대서비스 규모가 더 크다. 부대서비스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설과 지원 정책, 인력 양성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강에서 아라뱃길(18㎞) 경유 서해 이동 시 소요 시간이 꽤 늘어나기 때문에, 한강 내수면 마리나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선박의 계류 유도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배를 레저로 즐기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이용자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요트를 과소비로 보거나,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방편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다음으로 한강 내 해양비즈니스센터 건립 및 운영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한국에는 아직 해양비즈니스센터가 없기 때문에 한강 해양비즈센터가 설립되면 최초가 될 것이다. 이 센터는 국내외 요보트 신상품 및 중고품 시장의 거래를 중개하는 시장이 되고, 해양산업 정보교류, 해양비즈니스 국제회의 등 다양한 행사 개최를 통해 수도권 해양레저선박 제조업도 촉진하게 된다.
세계 조선업 1등 국가인 한국이 레저선박 제조에서는 세계 점유율 1% 미만의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고급 선박 제조 부문에서는 44%가 유럽, 43%는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6%인 일본은 물론 대만보다도 떨어진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조선 1등 국가에서 가지고 있는 선박설계, 제조 기술과 부품 협력업체의 능력을 활용하여 시너지를 일으키려면 레저선박 제조는 놓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서울 국제보트쇼 신설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경기 국제보트쇼와 부산국제보트쇼도 매년 열려 레저보트산업의 성장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해양도시 서울이 보트쇼를 개최하면 관련 제조업 및 매매업, 서비스업의 성장을 촉진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이 자명하다.
아울러 동서 약 41.5㎞인 한강에서 야간에도 활동할 수 있게 한강을 난지, 마포, 성수 등 거점별로 LED로 등용문 등 부유식 한강 상징물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이 조명과 상징물은 야간 경관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볼거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아마 야간에 한강유람선을 타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강이 너무 어두워서 주변 경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강변의 남북로를 달리는 차량 불빛과 아파트 조명만이 보일 뿐이다.
LED조명은 야간 운항 유람선, 야간 수상스포츠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퇴근 후 한강에서 요트, 딩기, 윈드서핑, 수상스키, 카누, 카약, SUP보트 등 다양한 수상레저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시민들이 평소 물을 즐기는 생활을 통해 다양한 해양 레저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강 국제 요트대회 신설 등 ‘해양도시 서울’에 맞는 여가 활동 발굴 및 지원 또한 필요하다. 요트는 여가용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올림픽 메달이 무려 11개가 달린 스포츠 종목이다. 게다가 요트 육성은 요트레이싱 성장뿐 아니라 요트투어, 요트스테이 등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한강이 한국인의 일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진정한 해양레저산업 성장의 거점이 되어 시민들이 한강으로 퇴근하고 한강에서 출근할 수 있는 시대, 더 나아가 2030년 한강 수상 이용객 1000만명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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