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 밀착…첨단 기술 北 이전 시간문제”[화정 인사이트 ①]
‘유사시 자동 개입’ 대내외 천명…자신감 찾은 김정은, 대남 도발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인 19일 당일치기 방북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북한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이번 협정은 양국의 군사 전략적 밀착은 물론 한반도 안보 정세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20일 북-러 정상회담과 6·25발발 74주년에 즈음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남북 군사문제 등 한반도 안보를 집중 점검하는 재단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황일도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는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전문기자가 맡았다.
‘동맹’ 이냐 ‘군사지원’ 이냐 북-러 간 온도차
― 북러 ‘포괄적 전략동맹 동반자 협정’ 전문이 공개됐다. ‘한 측이 공격을 당하면 지체 없이’ 지원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 제4조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지만 푸틴과 김정은의 말에 온도차가 있다. 푸틴은 ‘향후 지원’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동맹’이라고 했다. 마치 ‘자동 군사 개입의 어떤 조항이다’ 라는 것처럼 얘기 하는데 그렇지 않다. 푸틴이 발을 빼거나 물러설 수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는 다르다.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서는 각자 헌법상의 절차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법적 근거 바탕위에 양국은 적국이 동맹국 영토를 공격할 시 자국 공격으로 받아들여 자동 군사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북러 협정문에서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
황= 그동안 러시아 정치 패턴을 보면 어떤 협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참여한다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과 자신들 이해관계 등을 따진다. 미국과 같이 조약이나 협약에 대해 성실성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외형상 최대한 한미동맹에 준하는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퍼포먼스 요소가 매우 크다. 애초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을 할 때 기대한 것이 이런 조약 이었을까. 오히려 군사기술상의 협력 같은 매우 구체적인 아이템 이었을 텐데 결과물은 형식적이다.
― 이번 협정 체결로 북러 군사 기술 협력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첨단 군사 기술까지 이전하나.
황=협정문을 보면 러시아는 마치 줄 수 있는 것처럼 과시를 해 대미, 대중 레버리지로 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 이런 카드가 있어’ 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은은 훨씬 더 구체적인 것을 원했겠지만 러시아는 달랐을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이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등 고도화된 기술을 줄 리가 없다. 만약 러시아가 첨단 기술을 준다면 1970년 대 초 닉슨 정부시절 프랑스에 SLBM 기술을 이전했던 은밀한 ‘스무고개 퀴즈’ 방식일 것이다. 러시아는 무엇인가 줄 결심보다 대외적 레버리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김정은이 푸틴에게 기술 제공 리스트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핵과 ICBM 관련 진전된 기술이라면 국제안보에도 큰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김= 북한은 군사 기술 측면에서 세 가지 절실한 입장이다. 대륙간 탄도탄 재진입과 정확한 타깃 도달, 핵잠수함 잠행능력, 그리고 정찰위성이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받아내려고 굉장히 노력을 할 것이다. 북러 군사기술 협력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 긴장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황= 군사 기술 이전 기준점의 핵심 포인트는 대미 본토 타격 확증 능력과 그렇지 않은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전자, 정찰 위성이나 방공 무기는 후자다. 러시아는 분리 사고하고 결정할 것이다.
― 북러 군사 협력이 지금보다 더 높은 단계 즉 북러 연합훈련 또는 러시아 전략자산 전개까지도 발전하는 게 아니냐라는 관측이 있다.
황=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이 매우 높은 이유는 재래식 전략뿐만 아니라 핵 전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서 미국에 대항하는 확장 억제 전략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러시아 전략자산 중 북한에 배치해 군사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와 역내 안보질서 유지가 있지만, 러시아는 아니다. 다만 방공 능력은 좀 다를 수 있다. 러시아 공격 자산의 북한 배치는 군사적 실익이 없어 보인다.
北, 11월 미대선 앞두고 도발 가능성 커
―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전 지속적인 대남 공세를 벌였다. 북한의 향후 대남 도발이 우려스럽다.
황=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조금 더 세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 대선을 전후로 워싱턴 여론 환기와 주의를 끌기 위해서라도 군사적 긴장 등 큰 폭으로 움직여 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대화의 장소로 달려 나오도록 시도할 것이다. 북한은 주변국을 의식해서 도발을 자제하지는 않는다.
김= 올 여름이 지나면서 더 강하게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만들어졌다. 김정은은 이번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외교적 고립 탈출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을 통해 식량과 물자를 확보했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보다는 세 번 만났던 트럼프가 낫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은 과거의 경험으로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7차 핵실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황=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테스트는 정치적 의미보다는 기술적 스케줄을 훨씬 더 중시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패턴을 살펴보면 소규모 경량화 된 핵탄두 실험과 수소폭탄 테스트 두 종류로 나뉜다. 기술적 피로도는 전자가 높고 정치적인 피로도는 후자가 더 높다. 만약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전자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 핵탄두가 충분해 미국에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투발수단이나 능력을 보면 실제 여부는 미지수다.
김= 김정은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뭔가 보여줘야 된다면 실패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신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보다는 자기가 공언했던 핵 실험 쪽이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정도와 한국 핵무장 가능성
― 한국과 미국은 향후 북한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 옵션은 무엇이고, 미국 옵션은 무엇인가.
김=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확성기 가동 등 수위조절을 잘 해왔다.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 수준에 비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을 대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나서면 지난 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받아내지 못한 것을 의제로 올릴 수 있다. ‘핵 공유’ 등을 포함해 한반도 안정과 한미 동맹 위협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가 ‘레드라인을 넘었다’ 라는 말이 10년째다. 분명한 것은 핵능력이 진전이 됐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을 때 한국의 잠재적 핵 능력은 어떻게 되나.
김=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무장관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이 핵무장 하고 싶으면 해야 되지 않겠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렇게 미국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우리 내부적으로 핵무장 대한 여론이 올라가고 나중에 미국과 대화를 할 때 지렛대가 생긴다.
황= 미국은 분명한 기준점이 있다. 북한의 전략자산이 아직 미국 본토 타격 레드라인 넘은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ICBM과 SLBM에 핵탄두를 얹으면 얘기는 확 달라진다. 그날이 오면 미국은 핵이 미 본토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야 되는 리스크가 생긴다. 그러면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검토할 것이다. 한국도 미국의 핵 확장 억제 신뢰성에 대해 질문을 할 것이다. 한다 안 한다가 아니라 이대로라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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