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구원투수 된 ‘대마’··· 만성 전립선염 등 치료 효과 확인
국내 연구진이 의료용 대마 성분인 ‘칸나비디올’로 만성 전립선염·골반통증증후군 등 질병의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세웅 교수와 의과대학 의생명건강과학과 김성주 교수 연구팀은 난치병인 해당 질환에서 나타나는 염증·통증을 칸나비디올이 복합적인 방식으로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세계남성건강저널(World Journal of Men’s Health)’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만성 전립선염과 만성 골반통증증후군은 전립선 또는 골반 주변의 지속적인 통증과 배뇨 문제를 동반하며,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삶의 질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난치성 질환은 신경계 이상이나 스트레스, 급성 전립선염이 만성으로 이어지는 등의 다양한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급성 전립선염은 성인 남성 중 절반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히 발생한다. 만성 전립선염으로 이환되는 비율 또한 약 10% 수준이다.
연구진은 칸나비디올이 보이는 여러 효과 중 항염·진통 작용에 주목했다. 칸나비디올은 대마에서 추출할 수 있는 80종 이상의 물질 중에서 의료용으로 널리 활용되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특히 또 다른 주요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과는 달리 중독성이 없어 최근 보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생체 내에서는 어떤 기전을 통해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지를 세포·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
실험 결과, 칸나비디올은 염증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여러 물질(IL-6, TNF-α, COX2)의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염증세포에 칸나비디올을 1회 투여한 실험군과 그러지 않은 대조군을 24시간 후 비교했을 때, 실험군에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염증이 개선되었다는 데이터가 확인됐다. 전립선염이 발생한 쥐의 실제 생체조직에 4주간 칸나비디올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도 투여 용량에 따라 염증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염증뿐 아니라 통증을 조절하는 데도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진통제들이 주로 염증효소를 억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작용했던 반면, 칸나비디올은 염증을 조절하는 수용체인 ‘CB2’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수용체인 ‘TRPV1’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통증을 조절하는 효과를 보이는 기전이 규명됐다.
이 연구결과는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비정신성 칸나비노이드를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만성 전립선염·골반통증 치료 조성물이 특허 출원됐다. 김세웅 교수는 “이 연구는 칸나비디올의 항염증 효과를 통해 난치성 만성 전립선염을 치료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고 그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마약이라는 선입견을 제외하면 대마는 다양한 기능성 추출물을 얻을 수 있는 보고로서 연구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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