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앞 시위·구하라법… ‘37개 법안’ 방치한 국회

나윤석 기자 2024. 6. 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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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안에 대해 여야가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해도, 무분별하게 낙태를 해도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정이 필요한 법안은 37개에 이른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 일반적으로 '개정 시한'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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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헌·헌법불합치’보완 외면
헌법불합치 8개 법안 시한 넘겨
입법공백으로 처벌 근거 사라져
대북전단 살포 금지도 정비안돼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안에 대해 여야가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해도, 무분별하게 낙태를 해도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22대 국회 임기가 벌써 22일이 지난 가운데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정치권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정이 필요한 법안은 37개에 이른다. 개정 대상 위헌 법안과 헌법불합치 법안은 각각 20개, 17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법 조항은 그 즉시 효력이 정지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 일반적으로 ‘개정 시한’을 제시한다. 개정이 필요한 17개 헌법불합치 법안 가운데 개정 시한을 넘긴 법안은 8개다.

입법 미비로 인한 사회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포함된 ‘대통령 관저 및 국회의장 공관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이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집회 금지 조항은 2022년 12월, 의장 공관 집회 금지 조항은 2023년 3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집회 과정의 폭력 행위는 형사법상 범죄행위로 처벌되는 만큼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이들 조항에 대한 개정 시한을 올해 5월 31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 관저 집회 금지 조항 선고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저 코앞에서 집회를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개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2대 국회에서는 개정안 발의조차 안 된 상황이다.

형법 269조의 ‘자기 낙태죄 처벌’ 조항 효력 상실도 논란거리다. 헌재는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는 국가의 생명보호 수단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선고 이후 5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개정이 미뤄지면서 헌재 결정 취지와 달리 임신기간과 상관없이 낙태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헌재가 지난 4월 25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민법(1112조 1∼3호)의 ‘유류분 상실 사유 미규정’은 가수 구하라 씨 사망 사건이 촉발한 논쟁과 관련 있다. 2019년 구 씨가 사망하자 20년 동안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친모는 구 씨 유산의 40%를 챙겼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막기 위한 일명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뒤 이번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서영교·백혜련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조항은 지난해 9월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제한되는 표현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인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해당 조항은 정비되지 않았고, 이러한 탓에 최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테러 당시 대북 전단 살포가 가능한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나윤석·윤정선·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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