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뜨자 韓 때리는 홍준표·오세훈…빨라진 與 대권 시계
韓은 ‘오세훈법’ 저격…오세훈 “지구당은 제왕적 당대표 강화할 뿐”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국민의힘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자 덩달아 당내 다른 잠룡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은 직접적으로 한 전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만일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거머쥘 경우 3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한동훈 대세론'이라는 바람이 불면서 여권의 대권 시계도 덩달아 빨라진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한 전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을 향한 홍 시장의 저격은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 시장은 총선 이틀 후인 4월12일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을 깜도 안 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놀이 하다가 말아먹었고 더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며 정면으로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洪 "韓, 대권놀이 하다가 총선 말아먹어" 노골적 견제
이후 홍 시장은 지속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총선 이후부터 최근까지 홍 시장이 직간접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한 SNS 글은 15건이 넘는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당권 가능성을 비판하면서 '우릴 궤멸시킨 애' '어린애'라며 노골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깎아내렸다.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홍 시장이 총선 직후인 4월16일 윤 대통령과 4시간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총선 과정에서 몇 차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총선 이후에도 앙금이 풀리지 않은 듯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상황이었기에 더 주목받았다. 그 회동 이틀 후인 4월18일 홍 시장은 SNS에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 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며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됐을 뿐"이라고 썼다. 며칠 후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오찬에 초청했지만,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대권 경쟁자 견제'라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해선지 홍 시장은 5월24일 "내가 최근 특정인을 연일 비판하는 것은 대선을 의식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또다시 생길 수 있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를 막자는 것"이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뿐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판 등 중앙정치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불리함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한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과거 '소(小)통령'이라 불리며 유력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여겨졌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한 전 위원장과 연속적으로 충돌해 이목이 쏠렸다. 선제공격은 오 시장이 했다. 지난 5월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중진들이 정부의 해외직구 KC(국가통합인증마크)인증 의무화 정책 논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오 시장은 5월20일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빈틈없이 살피다)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한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에 오 시장은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오세훈, '식사 정치'로 중앙 정치권과 한층 더 밀착
더 이상 관련 논쟁은 이어지지 않았으나 두 사람의 충돌은 다른 이슈에서 또다시 곧 발생했다. 5월30일 한 전 위원장이 SNS에 '지구당 부활론'을 띄우면서다. 공교롭게도 지구당 폐지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 시장이 주도한 것으로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 때문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즉각 지구당 부활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5월31일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고 했다.
유력 대권주자 후보군에 속한 두 사람이 반복적으로 충돌한 것은 상호 견제 및 존재감 부각 의도가 있어 보인다. 특히 서울시장으로서 중앙정치 이슈에 직접적인 개입은 피해 왔던 오 시장이 한 전 위원장과의 공방에 적극 뛰어든 것은 역시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앙정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 시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SNS에서 5월말부터 한 달 사이 10건의 글을 쓰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특히 최근 국회 원 구성이 민주당 일방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이 대표의 1인 지배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공포정치를 했던 스탈린과 홍위병을 앞세웠던 마오쩌둥이 떠오른다"고 했다.
최근 오 시장의 '식사 정치'에 대해서도 중앙정치권에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수도권과 강원,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을 연달아 공관에 초청해 식사했다. 6월5일엔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를 초청해 만찬을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메시지 정치뿐 아니라 중앙정치와의 스킨십을 늘리며 대권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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