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소속 고등과학원, KAIST서 분리될까

이채린 기자 2024. 6. 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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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부설기관인 고등과학원(KIAS)을 KAIST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김명자 KAIST 이사장, 이광형 KAIST 총장 등이 참석한 KAIST 임시이사회에서 "고등과학원은 KAIST 부설기관보다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같은 연구기관의 부설기관이 성격상 적합하다"는 내용 등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과학원은 순수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된 KAIST 부설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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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부설 고등과학원 전경. 고등과학원 제공

KAIST 부설기관인 고등과학원(KIAS)을 KAIST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김명자 KAIST 이사장, 이광형 KAIST 총장 등이 참석한 KAIST 임시이사회에서 "고등과학원은 KAIST 부설기관보다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같은 연구기관의 부설기관이 성격상 적합하다"는 내용 등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이사회 의사록에는 기타 논의사항으로 'KAIST 부설 고등과학원의 명칭 사용 및 평가 방안 등에 대해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함'이라고 적혀 있다. 

고등과학원은 순수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된 KAIST 부설기관이다.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석좌교수로 있는 고등과학원은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로 꼽힌다.

고등과학원 분리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은 고등과학원이 연구기관의 부설기관 혹은 독립기관이어야 연구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의 고등과학원 운영규정에 따르면 고등과학원장은 KAIST 총장이 임명하되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고등과학원장이 매 회계년도 개시일 전에 다음 연도의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작성,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등과학원의 KAIST로부터 분리와 독립이 언급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KAIST 부설기관이라는 제한 때문에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등과학원을 독립시키려는 '고등과학원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등과학원을 부설로 두는 것이 KAIST에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고등과학원 연구실적이 KAIST 실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사실상 고등과학원 교수에 KAIST 학생 지도를 요청하기 어렵다"라며 "이처럼 협업이 어려운데도 KAIST가 고등과학원을 관리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등과학원은 KAIST 본교가 있는 대전이 아닌 서울 동대문구 KAIST 서울 캠퍼스에 있다. 

일각에서는 고등과학원을 부설기관으로 둘 만한 적합한 연구기관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IBS의 부설기관으로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한 고등과학원 교수는 "IBS는 교수가 없고 단장이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원을 채용하는 등 단장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라면서 "고등과학원과 성격이 완전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독립할 만큼 고등과학원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부설기관으로 2005년 설립됐다가 본원과 연구·업무 연계성이 적은 데다 연구소 규모가 대폭 커지며 독립했다. 핵융합연 연간 예산은 약 2500억원 규모다. 고등과학원 연간 예산은 200~300억원이다. 

이와 관련 KAIST는 "고등과학원 독립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오히려 KAIST 이사회 차원에서 KAIST와 고등과학원을 포함한 3개 부설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통부 관계자는 "KAIST 이사회에서는 외부에서 분리 등 이야기가 있으니 앞으로 KAIST와 고등과학원이 협력을 더욱 해나가자는 차원에서 여러 안이 언급됐을 것"라며 "(고등과학원 대신) KAIST 부설 고등과학원이라는 명칭을 더 사용하자라는 안도 나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관에 소속됨으로써 독립성이 더 옅어져 고등과학원이 약 30년간 유지했던 국내 최초의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기관의 명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도 있다. 고등과학원은 앨버트 아인슈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을 배출한 94년 역사의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를 본떠 설립됐다. IAS는 철저히 독립된 사립연구원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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