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야구, 불공정한 정치[뉴스와 시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 2015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적어도 한국 프로야구에는 프레이밍이 없어졌는데, 정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정치판에서는 프레임 전쟁이 더 활성화될 것 같다.
비록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보다 역사도 짧고 수준이 낮을지라도, 공정의 이슈만큼은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한국 정치에도 ABS 같은 기계장치를 도입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 2015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순위경쟁과 고물가시대 1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3시간가량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높은 가성비 등이 흥행 비결이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 전 세계 최초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을 도입해 판정 시비를 없앤 것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경기 시간도 평균 3시간 9분으로, 지난해 시즌 전체 평균(3시간 16분)보다 7분 줄었다고 한다. 기계 고장이 가끔 있고, 심판들의 실수로 종종 잡음이 일어나고 있지만, 첫해에 이만 하면 ‘안착’이다. 베테랑 스타플레이어들의 눈치를 보는 판정이 사라지면서 25세 이하 젊은 투수와 타자들의 성적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수들은 때때로 황당하고 억울할지 몰라도, 사람을 몰라보는 ABS는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BS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이른바 ‘미트질’이라는 프레이밍(framing)이 포수의 몸값까지 좌우하는 중요 항목이었다. 프레이밍을 잘해 80억 원을 받고 이적하며 대박을 터뜨린 선수도 있었다. 프레이밍은 심판을 대상으로 스트라이크 존(프레임)을 통과한 것처럼 포구 위치를 속이는 기술을 말한다. 말하자면 ‘합법적인 눈속임’이다. 스포츠에서 속이는 동작이 기술로 대접받아 왔다는 게 참 역설적이다. ABS 도입으로 이제 포수의 프레이밍이 필요 없게 됐다. 포수가 공을 덮어서 잡으며 끌어내리는, 흔히 ‘덮밥’이라고 불리는 동작으로 손해를 볼 걱정도 없어졌다. ABS 이전에는 ‘덮밥’으로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받은 경우도 많았다.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프레임도 야구의 프레이밍과 아주 유사하다. 미트질 한 번에 볼이 스트라이크가 됐던 것처럼, 교묘한 정치언어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통과하면 사실과 진실이 사라지고 정치의 흐름과 판이 바뀐다. 포수의 프레이밍을 알고도 심판들이 곧잘 속았듯이, 정치권에서도 상대방이 만든 프레임을 알아차리고 경계는 하는데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한국 프로야구에는 프레이밍이 없어졌는데, 정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정치판에서는 프레임 전쟁이 더 활성화될 것 같다.
ABS는 비록 ‘기계식 공정’이지만, 젊은 관객들을 야구장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2심 유죄판결까지 받으며 반(反)공정을 실천했던 조국 대표 등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스포츠는 과학의 도움으로 더 공정한 심판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 정치는 맘에 안 드는 심판을 끌어내릴 궁리까지 하고 있다. ‘중립’보다 ‘친정’을 더 생각한다는 국회의장이 등장했고, 거대 야당은 ‘법 왜곡 판검사 처벌법’ ‘판사 선출제’까지 꺼내 들었다.
비록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보다 역사도 짧고 수준이 낮을지라도, 공정의 이슈만큼은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그런 점에서 허구연 KBO 총재의 결단과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 정치에도 ABS 같은 기계장치를 도입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남녀 고교생, 목욕탕 빌려 집단 성관계”…함흥시 ‘발칵’
- 해변서 키스하다 사라진 女…러시아 커플의 비극
-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꼬셨을 것”…울산 교사들이 폭로한 교장·교감의 갑질
- “공식 매춘부”…총선 전 “부끄럽고 죄송”하다던 김준혁, ‘맞고소’ 태세 전환
- “남인의 예법”…동갑 이재명에 “아버지” 아부한 민주당 최고위원의 해명
- [속보]‘尹명예훼손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증거인멸·도망염려”
- ○○○이라는 이유로 집단성폭행당한 12세 소녀...들끓는 프랑스
- 하늘 찌르는 암봉, 그 곁에 걸친 운무… 신이 빚은 무릉도원에 취하다[박경일기자의 여행]
- 70대 기간제 직원에게 40만원 던져주고 점심식사 준비시킨 공무원들, “갑질 아니다” 해명에 시
- 하루만 휴가 내면 ‘10일 연휴’…내년 공휴일 총 6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