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거망동 위험성과 심모원려 외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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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 중이던 지난 19일 체결된 북·러 간 23개 조항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우리의 안보 환경을 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의 반발이 북측과 새로운 준군사동맹조약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측에는 전쟁 관련 단기 처방으로, 김정은과 북측은 체제 내구력을 강화할 장기 처방으로 인식할 것이다.
북·러 신조약 중 제23조 폐기 조항에 우리의 대러 정책이 장기적으로 끼어들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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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 중이던 지난 19일 체결된 북·러 간 23개 조항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우리의 안보 환경을 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중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조항은 ‘피침되어 전쟁상황에 처하는 경우 양국은 △유엔헌장 제51조 △양국의 국내법 절차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 제공’을 규정한 제4조이다.
신(新)조약을 근거로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 상황에 쉽게 개입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북·러 양자협정 제4조를 문면 그대로 ‘자동개입 조항’으로 해석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조문 해석상 근거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조건부 개입’이라고 봐야 한다. 푸틴은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필자의 해석과 유사한 주장을 했다. 제2차 대전 중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공산주의를 해외에 수출할 의사가 없다고 일관되게 거짓말한 이오시프 스탈린 이후 소련 및 러시아 지도자의 말을 기본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푸틴 발언의 행간 의미를 찾아봐야 한다.
조약 내용 자체보다 북·러 신조약은 우리의 현재 안보 상황을 직격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유엔을 포함한 국제 공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침식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라는 전선에서 러시아가 탈영·이탈을 공식화한 것이다. 둘째, 북한이 북·러 신조약을 과잉 해석하고, 경거망동하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북한 체제의 내구력이 극적으로 강화됐다.
우리 정부는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방향은 헌법정신과 정확히 일치했고, 콘텐츠는 국민적 동의를 받고 있다. 당연히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 선택이었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의 반발이 북측과 새로운 준군사동맹조약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단기 아닌 장기 대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북·러 신조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신냉전질서가 만들어낸 사생아 성격의 양자 조약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측에는 전쟁 관련 단기 처방으로, 김정은과 북측은 체제 내구력을 강화할 장기 처방으로 인식할 것이다.
북·러 신조약 중 제23조 폐기 조항에 우리의 대러 정책이 장기적으로 끼어들 공간이 있다. 제23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이 조약의 효력을 중지하려는 경우 이에 대해 타방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조약의 효력은 타방이 서면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년 후에 중지된다’고 돼 있다. 쌍방의 합의가 없으면 폐기할 수 없는 반(半)영구적 북·중 군사동맹조약과 다른 내용이다.
신냉전 위기 속에 우리 외교는 북측의 경거망동을 예방하고 북핵 폐기, 통일 준비를 만들어가야 한다. 단기 대응에 골몰하지 말고, 냉정하게 심모원려(深謀遠慮)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태산 같은 무게감을 유지해야 한다. 힘들지만, 우크라이나전을 끝낸 러시아 정부가 신조약 폐기 조항을 만지작거리도록 러시아와 물밑 대화를 유지하고 전략적 의존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단기 대응 집착은 심모원려 외교의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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