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비상사태 선언과 재탕 정책들[포럼]

2024. 6. 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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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의 정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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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의 정책을 내놨다. 핵심 분야별 정책의 주요 내용에는 단기 육아휴직 도입, 육아휴직급여 증액, 아빠 출산휴가 기간 연장, 0∼5세 단계적 무상교육·보육 실현, 출산 가구 주택 공급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까지 저출생 문제 해결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그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 없으며, 기존 정책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지난 4월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자녀 1인당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1만364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았는데, 63%가 이 정책이 출산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뭔가 파격적인 정책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이번 대통령의 발표는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출산율 제고 정책은 너무도 어렵다. 정부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정책임이 틀림없다. 예를 들어, 자녀 1인당 현금 1억 원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는다. “아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겨우 1억 원으로 아이를 낳을 거라고 생각하냐” “현금성 지원이 아닌 육아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정책을 비판한다. 대개는 근거가 있어서, 이를 반박하며 정책을 추진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은 기존 정책을 확장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초저출생 현상을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저출생의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다 보니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인정해, 가정에서는 할 수 없고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석상에서 3대 핵심 분야 외에도 수도권 집중, 경쟁 압력, 높은 불안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니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연금·교육·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가정 양립과 양육 및 주거 지원 정책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기보다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저출생 정책일지 모른다. 어린 자녀가 있으면 당장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양육·교육 및 주거비용이 비싼 것도 저출생의 이유겠지만, 내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과연 잘 살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마음 또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임이 틀림없다. 향후 인구전략기획부가 저출생 정책을 구상할 때 여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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