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호주머니’가 호구인가[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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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兵庫)현의 히메지(姬路)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앞으로 일본인보다 6배나 많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입장료는 1000엔(약 8800원). 지난 16일 기요모토 히데야쓰(淸元 秀泰) 히메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성 유지관리 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인은 30달러, 일본인은 5달러 정도의 입장료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지금의 6배 정도의 요금을 받고, 내국인은 지금보다 깎아주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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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兵庫)현의 히메지(姬路)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앞으로 일본인보다 6배나 많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입장료는 1000엔(약 8800원). 지난 16일 기요모토 히데야쓰(淸元 秀泰) 히메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성 유지관리 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인은 30달러, 일본인은 5달러 정도의 입장료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지금의 6배 정도의 요금을 받고, 내국인은 지금보다 깎아주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히메지성을 방문한 관광객은 148만 명. 이중 외국인 관광객이 30%를 차지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이중가격제는 이제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도쿄 시부야의 해산물 뷔페레스토랑 ‘다마테바코’는 지난달부터 외국인에게 1000엔쯤을 더 받고 있습니다. 이중가격제와 함께 요즘 관광지에서 확산하는 게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 도입입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상품 가격이 변동하는 전통적 상품은 항공과 호텔입니다. 숙박비와 항공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 차이가 몇 배나 됩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이런 요금부과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관광지 레스토랑의 식사요금도, 펍에서의 맥주 한잔도, 근사한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도, ‘붐비는 시간’이란 이유로 가격을 올려받는 게 흔합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란 이유로 올려 받기만 합니다.
‘짐 부치는 요금’에까지 탄력적 가격을 적용하는 항공사까지 나왔습니다.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제트블루는 지난 3월부터 여행 성수기에는 첫 번째 수하물 위탁에 5달러, 두 번째 수하물 위탁에 10달러를 더 내도록 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비단 민간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인구의 거의 6배에 달하는 2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인 아이슬란드는, 관광 수요가 급증하는 특정 기간에 관광객을 상대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쯤 되면 기업이건 국가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건 ‘여행자의 호주머니’란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가격에 덜 민감하다는 게 차별적 비용청구의 이유겠지만, 여행자의 가장 큰 약점은 이런 일방적 결정을 반대하거나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경을 넘는 여행이 교류와 이해, 호의와 연대가 되는 세상에 대한 꿈은 너무 순진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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