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의 고향[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6. 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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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은 우리 음식의 자부심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바탕이 있으니 바로 콩을 삶아 찧은 뒤 빚어 말린 메주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메주의 고향은 어디일까? 당연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일 듯한데 그렇게 단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도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옥떨메'라 줄여 쓰는 우리의 말재주를 당할 이들이 없으니 메주에 대한 자부심은 유지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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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은 우리 음식의 자부심이다. 장독대에 가지런히 늘어선 항아리와 그 속에서 숙성되어 가는 된장, 간장, 고추장은 우리 음식 맛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바탕이 있으니 바로 콩을 삶아 찧은 뒤 빚어 말린 메주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메주의 고향은 어디일까? 당연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일 듯한데 그렇게 단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자부심을 빼앗길 수도 있을 터이니.

메주의 재료는 콩인데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만주 지역이다. 콩을 발효시켜 장을 만드는 것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해 보이니 메주의 고향은 당연히 한반도라 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식 된장을 가리키는 말인 ‘미소(みそ)’가 마음에 걸린다. 게다가 지금은 사용자가 없지만, 만주어 문헌을 뒤져보면 된장을 가리키는 말 ‘미순(misun)’을 만나게 된다. 우리말 ‘메주’의 옛말이 ‘며주’ 또는 ‘몌주’였으니 아무래도 서로 관련이 있을 듯하다.

이럴 때는 어느 한 지역의 말이 다른 말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흐름을 확인해 줄 과거의 문헌이 없으니 메주의 고향을 확정하기 어렵다. 한국어, 만주어, 일본어가 계통이 같으니 본래 뿌리가 같은 말이었다가 갈라졌다고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공유해 왔으니 고향을 따지는 것이 부질없다.

우리의 자부심이 가득한 음식을 ‘오랑캐’라 여기는 만주, 사이가 좋지 않은 일본과 공유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콩 한 알을 나눠 먹으면 먹을 몫이 줄어들지만, 그것을 공유하면 주인의 덩치가 커진다. 메주의 고향을 놓고 부질없이 싸우는 것보다 주인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더 힘이 있다. 그래도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옥떨메’라 줄여 쓰는 우리의 말재주를 당할 이들이 없으니 메주에 대한 자부심은 유지해도 무방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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