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 韓 애니메이터들이 생각하는 흥행 이유 "공감대 이끌어내려 노력"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인사이드 아웃2’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3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21일 오전 화상으로 영화 ‘인사이드 아웃2’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 심현숙 애니메이터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2일 개봉된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시작된 위기와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15년 개봉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편이다. 1편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는 약 497만 관객을 동원, 전 세계적으로 약 8억 5884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는 등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둔 바 있다.
1편의 흥행 이후 약 9년 만에 개봉된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다이내믹한 감정에 맞춰 추가된 낯선 감정 캐릭터의 등장으로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려 기대를 모았다.
이 가운데 ‘인사이드 아웃2’는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으면서 엄청난 흥행 기세로 극장가를 점령 중이다. 이에 이번 영화에 참여한 한국인 스태프인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와 심현숙 애니메이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했다. 이후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에 참여했다.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이화여자대학교 화학교육과를 거쳐 캐나다 셰리던 칼리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지난 2021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했다. 이후 ‘버즈 라이트이어’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 등에 참여했다.
Q.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김: 어떤 댓글을 봤는데 어른들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랬었지’라면서 ‘이불킥’을 한다더라. 저희가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작업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다행히 그 부분이 관객분들에게 잘 공감을 끌어내지 않았나 싶다.
A. 심 : 그 샷 자체를 제가 한 게 아니라서 어떻게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픽사에 들어와서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나를 한 감정으로 표현할 때 무슨 감정일까 궁금했다. 제 메인 감정은 불안이라고 결정했다. 일을 하면서 감독님께 제가 일한 샷을 보여드리고, 전체 애니메이터들이 모인 자리에서 피드백하는 시간을 준비할 때 불안해서 제가 자리에 못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다. 그게 꼭 나쁜 감정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를 하게 된다.
김 :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제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오래 일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게 되면 번아웃이 오는 것 같다. 저도 한국에서 일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멋진 호수 사진이 떠 있더라. 너무 가고 싶어서 알아보니까 캐나다에 있는 호수더라. 그래서 여행을 했는데, 몇 달 여행 다니면서 쉬다 보니까 다시 일을 하고 싶더라. 다시 돌아와서 애니메이터로 열심히 일 할 수 있었다.
Q. 닐슨 프로듀서가 이번 영화에 AI가 안 쓰였다고 했는데 AI를 사용하지 않은 애니메이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영화 제작에 AI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AI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 제작에서 최대한 지양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A. 김: 업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AI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인 것 같다. 저희는 AI 없이 원래 진행했던 방식 대로 애니메이터들이 샷을 받으면 계속 고민하면서 고전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앞으로의 AI 관련 작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다.
Q. 감정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는 누구인가.
A. 심 : 까칠이가 제가 작업하면서 제일 좋았다. 까칠이가 굉장히 여성적으로 움직이지 않나. 애니메이터를 하려면 액팅을 많이 한다. 어떤 캐릭터는 액팅을 하는 게 힘들다. 제가 일부러 하는 게 어색하더라. 그런데 까칠이는 액팅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재밌었다.
김: 저는 기쁨이다. 메인이 되는 캐릭터라서가 아니라 제가 좀 우울하다던지 소심해진다던지 그럴 때마다 그럴수록 더 웃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런 문제들이 가벼워지는 걸 많이 경험했다. 기쁨이를 작업할 때 이 친구의 특징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려고 했다.
Q. 애니메이터가 가장 일하고 싶은 픽사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 그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 픽사스튜디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김: 저도 해외 취업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저는 유학도 간 적이 없고 영어도 잘 못했다. 그래서 더 실력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꼭 유학을 가야 하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이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내 실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열심히 하면 문이 활짝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처음에 해외 와서 일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 그럴수록 잘하는 친구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못 알아들은 것도 녹음해 놓고 많이 들었다. 안 되는 건 없다. 두드리면 된다.
심: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회사 안에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정말 많다. 혼자 구석에 있다고 도움이 오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그렇게 배웠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온라인상에 자료가 정말 많은 것 같다. 학교도 정말 좋은 곳이 온라인상으로 존재한다.
Q. 픽사에는 몇 명의 애니메이터가 있나. 인사이드 아웃2는 몇 명의 애니메이터가 작업했나.
A. 김: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경우에는 스크롤 올라갈 때 애니메이터가 굉장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서 제 친구들도 제 이름을 못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건 회사에서 굉장히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모든 것들을 다 협업해서 진행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Q.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은?
A. 감독님이 각 시퀀스를 담당하고 있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설명한다. 각 작업자들은 그 자리에서 궁금한 것이나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그 작업이 끝나면 데스크에 가서 아이디어를 디밸롭 하면서 컨셉추얼 하게 보여준다. 주변에서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보통 6~7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이번엔 150명이 넘은 것 같다.
Q. 두 분이 함께 참여했던 ‘엘리멘탈’과 이번 작품 모두 한국에서 흥행 성적이 좋은데, 픽사 내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심: 회사에서 알고 있다. 우리가 만든 작품이 해외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 회사에서 많이 안다.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에 대해 흐뭇해하셨다. ‘엘리멘탈’은 한국인 감독님이어서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알게 모르게 들어가서 한국에서 더 반응이 좋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Q. 감독마다 선호하는 촬영 스타일이 다른데, 첼시 만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이었나. 감독님과 주요하게 의견을 나눈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김: 첼시 만 감독님은 너무 재밌다. 굉장히 에너제틱하다. 직접 몸으로 표현해 주셔서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첼시 만 감독님과의 미팅은 항상 재밌었다. 모든 감독님들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애니메이터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심: 첼시 만 감독님이 좋으면서 저에게 힘들었던 건 애니메이터들이 이야기를 존중해 주신다. 리뷰를 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터들의 리뷰를 최대한 반영해주시려고 한다.
Q. 작업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장면이나 감정 캐릭터가 있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캐릭터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A. 심: 제 경험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가 소심이다. 왜냐하면 눈썹도 따로 움직이고 손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다. 애니메이터 입장에서 그 모델을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슬픔이 같은 경우에는 동그랗게 생기고 동작도 소심하다. 소심이는 동작이 커서 그걸 잡기가 힘들었다.
김: 저도 소심이가 2D 애니메이션처럼 작업을 더 세심하게 진행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기쁨이가 예쁜 포즈를 만들기가 힘들었다.
A. 심: 라일리가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할 때이지 않나. 인생의 굴곡을 생각하면 제 생각에는 그 나이대를 하게 될 것 같다.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감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김: 저는 공감이를 추가하고 싶다. 요즘 같은 시기에 사회에 필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저도 처음 해외에 나와서 할 줄 아는 건 기술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걸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너무 다른 문화라서 외롭고 힘든 부분이 많았다. 언어가 다르고 자란 곳이 달라도 사람이다 보니까 공감을 해주는 것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포용력 있게 공감해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Q. 한국 애니메이터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근래 K-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달라진 입지나 시선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
A. 심: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엘리멘탈’ 작업을 할 때 저희가 작업을 하면 그림으로 잡아주시는 분이 있다. 제가 질문을 드렸을 때 예를 들어주시는데 한국 드라마 주인공을 언급했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김: 한국 빵을 저에게 자주 사서 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뚜레쥬르가 있다. 어느 날은 책상에 단팥빵이 있고, 어느 날은 슈크림 빵이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K-음식이 인기가 있다. 픽사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Q. 한국 애니메이터만의 강점이 있다면?
A. 한국 분들이 예술적인 부분에서 강한 것 같다. 여러 가지를 잘하는 것 같다.
김: 정말 성실하다. 자기의 일을 끝까지 차분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한국 분들과 일을 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아 하는 슈퍼바이저를 만난 적이 없다.
Q. ‘인사이드 아웃’ 스핀오프를 내년에 공개한다는 소식도 있다. 애니메이터로서 해당 시리즈의 장기 프랜차이즈화가 되길 바라시는지, 내부에서 혹시 장기 프로젝트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심: 저는 스핀오프 부분에 대해서 처음 듣는다. 장기 프로젝트가 되는 건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단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도 성공적이지 않을까 싶다.
김: 저는 관객 분들이 사랑해 주신다면 좋은 스토리를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픽사는 이 영화가 잘 됐다고 다음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1편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와 2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에 저희가 후속 편에 대해 작업을 한다면 그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사이드 아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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