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관측포탄’ 아십니까···적 표적지 탐지해 영상 실시간 전송[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6.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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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 탑재로 일반탄 보다 느린 속도 비행
카메라 장착, 무인기처럼 표적지역 정찰
신속·정확히 원점타격 정보 수집해 전송
155m 관측탄. 사진 제공=풍산
[서울경제]

미국 행정부의 비밀 문건이 하나 공개되면서 최근 화제가 됐다. 문건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155mm 포탄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한국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입장이 담겼다. 문건에는 33만 발이라는 구체적 숫자도 적혀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부족한 155mm 포탄을 한국에게 판매하라는 꾸준히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5mm 포탄은 곡사포 등 각종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주요 포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K-방산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K-9 자주포 경우에도 155mm 포탄을 사용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역에서 포격전이 이어지면서, 하루에 약 3000 발의 155mm 포탄이 사용 중이다. 1년간 백만 발 이상 쐈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것처럼 2년 넘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55mm 포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155mm 포탄 155mm 구경을 가진 대포에 사용되는 포탄을 말한다. 참호전의 비극으로 유명한 1차 세계 대전에서 프랑스가 처음 개발했다. 긴 사거리와 엄청난 폭발력은 연합국 승리에 큰 기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나토(NATO)는 155mm를 포병 표준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6·25전쟁 당시‘M114 155mm 곡사포’를 도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155mm보다 작아서 위력이 떨어지는 105mm, 155mm보다 무거워 운반과 장전이 어려운 175·200mm 포탄이 있다. 이처럼 포탄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현대 전장에서는 155mm가 가장 널리 운용되고 있다. 미국의 M109A6 팔라딘, 독일의 PzH 2000, 대한민국 K9 등 세계 최고 자주포는 모두 155mm 곡사포를 장착해 활용한다. K9 자주포가 155mm 포탄을 발사하면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자탄에 소형 카메라·영상전송장치 탑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통해 155mm 포탄은 육군이 재래식 무기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공격 무기로 등장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결국 장거리 곡사포 포탄이 적 공격을 억제하고 무력화하는데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55㎜ 포탄이 꼭 공격용 포탄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목적으로 155㎜포탄이 활용될 수 있다. 적 표적지역을 탐지하고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해 정확한 공격 지점을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탄이다. 일명 ‘관측포탄’(또는 정찰측탄)으로 155㎜ 포탄의 자탄에 소형 카메라와 영상전송장치를 탑재해 표적 지역의 사진을 실시간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풍산이 정찰포탄을 개발했다. 2011년부터 개발한 무기로 카메라 달린 작은 탄이 들어 있는 포탄이다. 관측포탄(POM·Para-Observation Munition)은 K-9 자주포등 155mm 곡사화기들을 사격할 때 동시에 발사되어 초탄의 착탄지점을 영상으로 획득해 데이터 링크를 이용해서 전송하는 특수탄이다. 풍산 관계자는 “북한의 국지도발 강행할다면 관측탄을 발사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원점타격 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측포탄이 어떻게 작동할까. K-9 자주포가 관측포탄을 쏘면 관측포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적진으로 날아간다. 관측포탄은 낙하하다가 지상 2km 지점이 되면 뒷부분에서 카메라가 들어 있는 자탄을 분리시킨다. 쏘아 올린 포탄을 모(母)탄,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탄을 자(子)탄이라고 한다.

자료: 풍산

보통 포탄은 소총의 실탄과 같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자탄에 달려있는 세 개의 날개가 펴지면서 회전을 멈추게 한다. 이후 자탄이 1km 지점에서 수직으로 서게 될 때 낙하산이 나와 펴지고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한다. 적진을 촬영하기 가장 좋은 높이는 600~900m로 알려졌다. 너무 멀리서 찍으면 표적지역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너무 가까이서 찍으면 좁은 지역만 찍기 힘들어, 여러 분의 테스트를 거쳐 가장 정확한 사진촬영 거리로 600~900m로 설정해 촬용하도록 설계했다.

관측포탄의 장점은 관측병 없이 포탄의 오차범위를 바로 파악할 수 있고 적군이 공격을 받은 뒤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신속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연평도 포격과 같이 북한이 국지도발 했을 때 적진 깊이 있는 포의 위치를 아군 관측병이 파악하기는 어려운데 더욱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포탄을 처음 쐈을 때 나는 오차가 200m다. 이 오차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포 공격의 관건이다. K-9 자주포는 통상 6문 단위로 배치돼 있는데 하나는 관측탄을 쏘면서 곧바로 공격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북한의 도발 지점을 반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상공 1km 지점에서 둥둥 떠있는 카메라 자탄을 적이 가로채더라도 자동으로 카메라 안의 회로를 태울 수 있는 장치가 돼 있어 우리 군의 정보가 새나가는 일은 없다고 한다.

각종 센서 부착해 적 위치·지형 등 파악

미국 등 선진국은 무인항공기처럼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포탄을 개발했다. 미 육군과 해군·해병대는 정찰포탄(ALOR·Artillery Launched Observation Rounds)이라는 개념의 무기체계 개발해왔다. 정찰포탄은 야포에서 발사하는 포탄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적의 위치나 지형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1회용 정찰장비다. 포탄에 눈을 달아 놓은 것이다.

정찰포탄의 외형은 일반 포탄과 동일하므로 미 육군 포병의 주력 장비인 155mm 자주포와 곡사포에서 별다른 개조 없이 발사가 가능하다. 다만 충격에 약한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 일반 포탄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날아가도록 장약을 조절해야 한다.

미군에 운용 중인 정찰포탄.

미 육군이 개발한 ‘퀵룩’(quicklook) 정찰포탄은 발사 후 거리 2km·고도 1000m 지점에 도달하면 주날개와 조종날개, 프로펠러 등이 펼쳐진다. 날개를 펼친 후에는 속도를 줄여 290km/h로 비행하면서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목표를 찾아간다. 정찰할 지역에 포탄이 도착하면 225km/h로 비행하면서 약 30분간 자체 센서를 이용해 39평방km 면적을 탐색한다. 포병부대에서 이용한다면 사격 전에 적의 배치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혹은 사격 후 전과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인정찰기(UAV)도 정찰포탄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정찰포탄은 보다 간편하고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곡사포 뿐만 아니라 120mm 박격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찰포탄도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해병대도 FASM 정찰포탄을 개발했다. 해군의 군함에 탑재된 127mm 함포에서 발사할 수 있는 포탄이다. 최대 세 시간 동안 활공하면서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표적획득·전장손상평가(BDA) 기능 외에 통신중계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등 퀵룩 정찰포탄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각 군별 정찰포탄을 2010년대 후반에 개발을 완료하고 일부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외에 프랑스·독일도 2005년 개발완료를 목표로 표적탐지용 적외선 카메라와 통신중계기를 탑재한 155mm 정찰포탄을 연구하고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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