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청문회' 박정훈 "사령관, 이러 저러지 못하고 고민만 한듯"

김성은 기자 2024. 6.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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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부터)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 했다. 2024.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1일 열린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 청문회'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청문회에서 사건 개요 진술을 통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그것의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수색 활동 중 순직한 해병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고 판단되는 박 대령은 물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증언했다.

박 대령은 "순직 사고 발생 즉시 저는 해병대 수사단 소속 수사관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사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며 "평소 같으면 수사단에서는 수사 결과를 해군 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 본부로 보고하고 사건 기록 일체를 관할인 경북 경찰청으로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 사령관은 1사단장 보직 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앞서 저에게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하라 지시했던 것이며 실제로 (지난해) 7월30일 16시30분경 장관 보고시 제가 먼저 수사 결과를 보고했고 이후 약 15분간 사령관과 장관이 독대하고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해 보고했다"며 "보고는 순조롭게 마쳤고 이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사건 서류 이첩만 했으면 됐다"고 했다.

또 "하지만 7월31일 12시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됐다"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제게 전화해 사건 인계서를 보내라,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란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사령관 역시 혼란스러워했다"고 했다.

박 대령은 "사령관은 제게 '오늘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해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했다"고 했다.

박 대령은 "저는 사령관에게 (국방부 지시대로 했을 때 예견되는 문제를 정리한) 문건을 보고하면서 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할 것을 건의드렸다"며 "사령관도 동의했고 그렇게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법무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며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있는 자로 한정하라는 등 말을 했다"고 했다.

또 "단순 의견 제시라면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 라고 묻기도 했다"며 "국방부 수사 외압은 사령관에게도 가해졌다. 전 사령관에게 수사를 축소 왜곡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고 계획대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드렸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이제 와 생각해보니 사령관은 수사서류를 변경하라고 하자니 직권남용이 되고 그렇다고 국방부 지시를 거부하자니 항명이 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던 것 같다"며 "군사 법정에서 사령관은 지난해 7월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세 차례 이첩 보류 명령을 했지만 제가 거부했다고 한다.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동일한 명령을 세 차례 내린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

또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고 제가 순응하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 배제하던지, 적절한 지휘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게 아니겠나"라며 "이런 답답한 상황은 계속 됐고 8월2일 오전 10시경 저는 사령관 집무실로 가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같은날 10시30분부터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고 했다.

박 대령은 이후 보직해임됐다. 현재 집단항명 등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박 대령은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km 떨어진 독립수경지 사무실에 격리돼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다"며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다. 매일 죽음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해병대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해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들이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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