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25만원 줘서 소고기 사먹인다고?…차라리 그 13조 ‘필수의료’에 써라 [매경데스크]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4. 6. 21. 11: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의대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실시했지만 저조한 참여율 속 싸늘한 국민반응만 얻고 끝났다.

대부분 병원이 민간운영임에도 정부는 의료수가와 약값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독점권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 중이다.

전국민에게 25만원씩 줘서 소고기값으로 지출해 6~9만원의 소비효과를 보자고 13조원 혈세 지출을 하자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전국민 지원금 대신 전국민을 위한 필수의료지원금으로 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정갈등 결론 어떻게 되든
망가진 의료체계 복구 절실
전국민에 25만원 용돈 대신
공공의대·전문의 확보에 쓰자

의대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실시했지만 저조한 참여율 속 싸늘한 국민반응만 얻고 끝났다. 벌써 수개월째 출구없는 의료현장 파행을 보면서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질기게 싸우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절대 ‘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많게는 14년의 수련을 거쳐 얻은 직에 대한 자존감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서비스 시장에서 공급은 경쟁과 직결되고 수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분노의 기저에는 결국 경제적 원인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가 출범을 앞두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빈 휠체어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후쿠야마는 이런 형태 갈등이 훨씬 해결이 난망하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된 갈등이 정체성 투쟁으로 흐르면 상대방이 100% 굴복하거나 내가 쓰러지거나 ‘제로섬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쟁을 위한 결속에만 집중해 구성원 각각의 분노이유는 희미해진다. 지금 의협이 밖으론 격한 목소리를 쏟아 내지만 전공의, 교수, 개업의간 이해가 엇갈려 어떤 협상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라.

나는 지금도 의사들이 속히 환자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는 쪽이지만 “돌아가도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어정쩡한한 시스템에 의해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건강보험체계는 명칭상 보험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소득세, 재산세 형태로 강제징수되는 시스템이다. 자산가, 기업, 젊은 직장인이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의료비를 막대한 비중으로 보조하고 있다. 대부분 병원이 민간운영임에도 정부는 의료수가와 약값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독점권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 중이다.

형편없는 급여수준에 주당 100시간 격무를 버티는 전공의들 덕분에 버티는 대형병원은 비용부담이 적은 국민들의 과잉수요로 인해 늘 꽉꽉 차있다. 반면 긴급 환자들은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불행한 의료현장을 만들고 있다. 당연히 대개 의사들은 이런 고난의 행군보다는 실손보험이라는 넉넉한 돈줄이 있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싸면서 훌륭한 서비스의 맹점은 지속가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회원가입 때 공짜로 구독할 수 있었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프리미엄을 보라. 이제는 이것저것 보다보면 매달 건강보험료 만큼의 돈을 우리 통장에서 빼내간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 관련 추가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이런 사태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의대생, 전공의, 병원에 있지 않다. 이런 왜곡된 시장 구조를 한번도 제대로 고치려 덤벼든 적이 없는 정치가 주범이다.

이번 사태의 귀결이 어떻게 결론나든 정치가 책임지고 필수 의료 시스템을 복구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길은 구조적으로 잘못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과감한 투자를 통해 개선하는 데 있다고 본다.

수권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도 국민 1인당 25만원씩 약 13조원의 전국민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에 따르면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 정도였다. 전국민에게 25만원씩 줘서 소고기값으로 지출해 6~9만원의 소비효과를 보자고 13조원 혈세 지출을 하자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차라리 이 돈을 지방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데 투자하고 주요 대학병원에 헐값으로 쓰는 전공의 대신 제값주고 전문의를 채용하는 데 통크게 쓰자. 전국민 지원금 대신 전국민을 위한 필수의료지원금으로 말이다. 명분도 충분하니 윤석열·이재명 협치 1호가 못될 이유가 없다.

이지용 오피니언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