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탈주', 이제훈X구교환의 합이 이뤄낸 기대 뛰어넘는 쫄깃 서사

신영선 기자 2024. 6.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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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성패를 떠나 지구촌 청년들의 꿈은 위대하다. 설령 그것이 꿈과 자유가 박탈된 북한일지라도.

'탈주'는 희망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남한으로의 목숨 건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임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북한 병사를 쫓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구교환)의 추격전을 그린 영화이다.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라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그저 한 인간 '규남'의 꿈과 도전이라는 목표를 향한 목숨 건 여정을 다룬다. 이 때문에 남한 캐릭터는 한 명도 나오지 않지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북한 비무장지대 민경부대, 군 생활 10년 차 규남은 밤마다 남몰래 일어나 종이에 희망의 나침반을 그린다. 남한으로의 '탈주'를 위한 지도다. 그에게 '희망'을 심어준 지표는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탐험한 아문센을 기록한 책이다. 그러나 동료인 하급 병사 김동혁(홍사빈)의 실수로 첫 탈주 계획은 실패한다. 규남의 죄를 묻기 위해 열린 처벌위원회는 어릴 적 동네 형이었던 현상의 등장으로 인해 상벌의원회로 변모하고 규남은 현상에 이끌려 연회에 참석한다. 갈수록 군사분계선과 멀어지는 상황에 초조해진 규남은 결국 무단 탈주를 감행한다. 

규남의 탈주 과정에는 현상의 추격에 더해 뜻하지 않은 순간 위기들이 몰아치고,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는 등의 온갖 변수가 일어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제 규남의 유일한 구명줄은 지뢰의 위치를 기록한 손수 만든 지도뿐이다. 상황은 규남의 임기응변, 일촉즉발 상황들이 어우러져 숨 가쁘게 흘러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상, 내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북한이라는 배경 설정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꿈과 자유, 행복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했는지 34년째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DJ 배철수의 목소리와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를 삽입해 이질감을 덜어냈다.

규남의 탈주는 동혁이라는 '혹'을 달고서도 꽤나 긴박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탈주병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관객들마저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현란한 말솜씨로 위기를 모면하고, 차를 이용한 액션 신에서는 좁은 공간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며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라고 적힌 간판을 차로 부숴버리는 장면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를 찍기 전부터 러브콜을 주고받았던 이제훈과 구교환의 만남은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첫 연기 호흡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합으로 애증의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특히 이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 강한 연기력은 속도감 있는 흐름으로 자칫 장황해질 수 있는 내러티브를 무게감 있게 잡아준다.

이제훈은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제법 담담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탈주의 과정 속 동지애, 애증의 서사를 몰입감을 선사한다. 극의 후반부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구교환은 숨겨진 과거와 체제에 완벽하게 굴복하고 있는 현 상황이 맞물린, 극에서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소화한다. 특히 구교환이 붉어진 손으로 (이제는 놓아버린) '꿈'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를 치는 대신 사람을 몽둥이로 치는 장면에서는 자기 내면의 뒤틀림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여기에 송강, 이솜, 이호정, 신현지 등 특별 출연진까지 연기 구멍 없이 꽉찬 연기 열전을 벌인다.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캐릭터의 전사는 다소 부족하다. 그러나 편집으로 삭제됐을 캐릭터들의 전사, 특히 현상의 과거를 상상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이제훈, 구교환, 그리고 송강의 찐득한 브로맨스와 쫄깃하게 몰아치는 심리적 긴장감, 화려한 액션 없이도 심장을 쫄깃하게 조여주는 추격전으로 볼만한 무더위 '탈주' 영화가 완성됐다. 오는 7월 3일 개봉.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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