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922만원 vs 대기업 584만원, 이공계 직업 매력도 제고해야"
"2028년 과학기술분야 신규인력은 4만71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10년간 해외로 유출된 국내 이공계 인재가 30만명 이상입니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위한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손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기획조정본부장은 이같이 말하며 "이공계 일자리의 현실적인 처우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직업 매력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 본부장에 따르면 이공계 인재 부족 현상은 향후 5년간 지금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지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출생과 이공계 진로 기피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벌써부터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손 본부장은 "학사이상 학위를 가진 과기분야 신규인력은 2023년 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2028년에는 부족한 인력 규모가 이보다 60배 늘어난 4만7100명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이공계 석박사 과정생은 202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인재들의 해외행은 이공계 인력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3~4만명의 학부생 및 석박사 인력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패권 인재전쟁'으로 전략기술 분야 해외 취업이 더욱 용이해지면서 기술 선도국으로 인재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실제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선 외국인 학위 보유자의 자국 내 취업과 유치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2030년 반도체 인력이 6만7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외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선진국의 움직임은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우수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도 인력 부족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직업 소득과 안정성 측면에서 이공계 일자리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손 본부장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월급여는 의사가 1922만원이며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이 584만원"이라며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지면서 의대 선호 경향이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떨어진 점도 이탈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손 본부장은 "진로를 탐색하는 인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학기술 도구'와 같은 자조적인 표현이 나오곤 한다"며 "미래세대가 선망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선 일자리의 질과 사회적 인식을 모두 제고해야 한다고 손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로서의 자긍심, 사회적 지위, 안정성, 충분한 보상 등 경제적 안정성과 더불어 직업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산·학·연의 중장기적인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손 본부장은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산업계, 정부 각 주체가 이공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를 것"이라며 "시각차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1호 법안인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우수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장학금 지원, 병역특례 제도 마련, 과학기술 콘텐츠 창작 지원 등을 담겼다. 해외 우수 이공계 인력 유치·활용을 위한 출입국 편의 제공, 세제 혜택, 취업 지원, 연구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