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적극적 모듈화 전략으로 'K방산' 업그레이드 해야

김관용 2024. 6. 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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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 피앤피어드바이저리(P&P Advisory) 상무
2000년대 초반 미 국방부는 모듈식 개방형 체계 접근법, 이른바 ‘MOSA’(Modular Open Systems Approach)를 소개하고 이에 맞춰서 무기 체계 종류에 따른 ‘SOSA’(Sensor Open Systems Architecture), ‘FACE’(Future Airborne Capability Environment) 등 새로운 무기 개발 체계를 발표했다. 이는 무기 개발에 있어 이전에는 없었던 모듈화 전략을 도입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의지와 철학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기 체계는 ‘K-방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지속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미 국방부가 발표한 모듈화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듈화 전략이란 원래는 IT 분야에서 나온 용어로 복잡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부품의 집합 혹은 기능적 단위, 즉 여러 개의 모듈로 분할함으로써 유지 보수 및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제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여러 기업들이 함께 항공기나 로켓 같은 복잡한 제품 내지 시스템을 만들 때 협력 체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모듈화 전략을 도입한다. 즉, 수백 수천 명이 동시에 논의를 하면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제품들을 여러 개의 모듈로 나누고 각자 자신이 맡은 영역(모듈)을 독립적으로 설계, 개발, 검증한 후에 이를 다시 결합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때 모듈 단위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고 모듈 단위 변형을 통해 고객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비교적 용이하게 만들어 낼 수도 있게 된다. 특정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나 부품 생산자 문제가 있을 때에도 비교적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건 물론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모듈화 전략을 방위산업에 도입하는 것은 시각에 따라서는 조금 이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무기는 상대적으로 사용 기간 및 운영 기간이 긴 편이고 생산의 효율성과 개방성 보다는 폐쇄적인 독자성을 추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 국방성이 MOSA라는 무기 체계의 변화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무기 체계의 유지 보수와 업그레이드 용이성을 높여서 수명 주기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앞선 설명과 같이 무기 체계에 모듈화 전략을 채택할 경우 수리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무기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술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발전 속도가 빨라진 환경에서 업그레이드를 용이하게 만들어 상당히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무기가 금방 구식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 향후 새로 개발할 무기 체계와의 연계도 용이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점점 복잡해지는 무기 체계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다. 2000년대 이후 무기에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하나의 무기를 하나의 회사에서 만들 수 없고 부품 공급망이 글로벌하게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정치 외교적인 환경에 따라 적성 국가에서 특정 부품이 제조돼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모듈화 전략을 취하게 되면 특정 부품 내지 크게는 특정 모듈의 제조사만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제조 환경을 고려해서 미 국방부는 모듈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셋째, 모듈화를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무기 체계에서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자국 사용 외에 수출까지도 고려하면 무기 체계에서도 제조 비용 절감은 치명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 최근 다양한 국가들에서의 전쟁 상황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각 지역에서 필요한 무기들은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에 같은 무기라 하더라도 사용 국가들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생산에 변화를 줘야 하고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취하기 위해서 모듈화는 필수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 같은 모듈화 전략을 우리나라 방위 산업에 도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된다. 다행히도 지난 연말 대한민국 국방부는 ‘23-2차 국방과학기술조정협의회’를 통해 올해부터 국방무기체계의 계열화 및 모듈화를 도입하는 이른 바 ‘K-MOSA’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필자가 컨설팅하는 여러 방산 기업들에서도 모듈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 정책들이 일회적이고 구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모처럼 형성된 ‘K-방산’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로 확실히 자리잡는 것은 물론, 역설적이지만 ‘전쟁 억제 효과’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R&D/PLM, 모듈러 디자인 전문 컨설팅사인 P&P Advisory의 컨설턴트로 국내 방산, 자동차, 전기전자, 건설,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모듈러디자인/모듈화전략 컨설팅, 교육, 자문을 수행했다. 그 외 화장품, 바이오, 디스플레이, 건설기계, 화학 산업 등에서 R&D 컨설팅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모듈러 디자인’, ‘모듈화전략’, ‘모듈러 아키텍처’가 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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