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한 블루, 표선해변에 서둘러 온 여름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4. 6. 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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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모래톱 수심 얕아 아이들과 여름 해변즐기기 좋아/수채화 같은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아름다워/해비치 리조트 10개월 리모델링 마치고 재개장/지중해풍 인테리어 눈길/종달리전망대·고망난돌 쉼터도 숨은 비경

표선해변.
물결치는 고운 모래 바닥이 순수한 이의 마음처럼 또렷하게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꼬마 아가씨는 이제 그만 가자는 엄마의 재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놀이 삼매경에 푹 빠졌다. 파도는 저 멀리서 가끔 밀려왔다 사라질 뿐 바다는 고요하다. 잔잔한 바다에 몸을 반쯤 담그고 팔베개하고 눕는다. 서둘러 온 표선해변의 찬란한 여름을 즐기며.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표선해변 소년소녀 조각상.
표선해변 조각상.
◆한없이 투명한 블루, 표선해변 가보셨나요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변으로 들어서자 토끼풀이 무성한 잔디광장에 놓인 다양한 작품이 여행자들 반긴다. 오보에와 플루트를 부는 소녀, 갓난아이를 사랑스럽게 안은 어미, 나무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소년과 소녀, 거대한 달팽이가 줄지어 서 아름다운 해변을 조각공원처럼 꾸민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의 해녀 조각상 아래에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누워 제주의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누린다. 그리고 해녀 조각상 뒤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말을 잊게 만든다. 그대로 떼어내 내 방에 걸어 놓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 아름다운 파스텔톤 수채화다.

해녀조각상.
 
표선해변 모래사장.
표선해변.
오랜만의 나들이가 반가운 여행자들은 한없이 투명한 블루에 발을 담그고 제주의 초여름을 즐긴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이가 몰렸지만 워낙 넓어 한산한 느낌이다. 실제 표선해변은 길이 200m, 너비 800m로 16만㎡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다. 특히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모래톱으로 이뤄졌고 바다의 수심이 1m에 불과해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여름을 즐기기 좋은 제주의 해변으로 손꼽힌다. 경관도 빼어나다. 물이 빠지면 넓은 모래톱은 활처럼 휘어진 둥근 백사장을 드러내고 밀물 때는 수심이 낮은 에메랄드빛 원형 호수가 만들어져 마치 유럽의 유명한 피서지에 온 듯 이국적인 풍경을 물씬 풍긴다. 바다만 있으면 좀 심심할 텐데 모래사장과 바다 사이에 검은 현무암 지대가 넓게 펼쳐져 그림 같은 풍경을 더한다. 여기에 저 멀리 표선항의 하얀 등대까지 어우러지니 여름날의 낭만이 가득하다.
인어조각상.
표선해변.
돌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곳곳에 놓여 편하게 당일치기 피크닉 하기도 아주 좋은 곳이다. 운치 있게 휘어지면서 자란 향나무숲 그늘에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해변을 따라 십이지신 석상들이 들어서 자신의 띠를 찾아 인생샷을 남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표선해변은 캠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입구 왼쪽 울창한 소나무숲에 넓은 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표선해변 십이지신 석상.
표선해변 캠핑장.
보통 해변은 파라솔 아니면 그늘을 찾기 힘든데 표선해변은 바로 옆에 숲이 잘 조성돼 뜨거운 태양에 지칠 때 쉬기 좋다. 넓은 주차장은 물론, 화장실, 탈의실,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걸어서 5분 거리에 제주민속촌이 있고 차로 7분 거리에 제주허브동산이 조성돼 함께 묶어서 여행하기 좋다. 또 제주성읍민속마을, 한반도 지도 모양 숲 포토존이 인기인 남원 큰엉해안경승지, 섭지코지 등도 가까워 알차게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
해비치리조트  야외수영장.
해비치 리조트 인테리어.
◆뼈대만 남기고 다 바꾼 해비치 리조트

표선해변을 끼고 있는 대표적인 숙소가 해비치 리조트 제주. 개관 20주년을 맞아 10개월 동안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5월 말 다시 오픈했다.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통째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5성급 호텔에 맞먹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제주 동부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리조트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도록 인테리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리조트를 둘러싼 자연경관이 더욱 돋보이도록 절제된 톤과 디자인으로 꾸며 마치의 제주의 풍경을 잘 담은 갤러리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공간을 선사하기 위해 원자재의 인위적인 가공을 최대한 줄이고 자재 본연의 물성과 깊이를 살렸단다.
이디 인테리어.
하노루 메뉴.
하노루 메뉴.
기존의 라운지 카페 이디의 변신이 눈에 띈다. 지중해풍의 하얀색 라운드 인테리어로 꾸며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로 점프한 듯하다. 이디는 정통 이탈리안 퀴진을 맛볼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테이블에 앉으면 야외수영장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커다란 통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져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한잔하며 미식을 즐기기 좋아 보인다. 제주산 식재료와 제철 해산물들을 활용한 스시 오마카세와 정통 관서식 스키야키를 제공하는 ‘메르&테르’ 레스토랑도 새롭게 열었다. 그릴 다이닝 레스토랑 ‘하노루’는 고품질의 육류뿐 아니라 다양한 한식 반상 메뉴를 추가해 리조트 안에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메르&테르.
해비치 리조트 객싱에서 본 바다 풍경.
3대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함께 객실에서 숙식하던 20년 전과는 달리 인구 구성, 라이프 스타일,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뀐 만큼 그에 맞는 ‘스테이케이션 리조트’로 꾸민 점도 돋보인다.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제주 동남부의 경관을 살려 리조트 안에서 온전한 휴식에 집중하도록 객실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줬다. 10가지 타입의 스위트 객실 총 215개를 조성했고 모든 객실은 주방 공간을 최소화하는 대신 거실과 침실 공간을 확대, 분리시켜 특급 호텔 스위트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기본 객실의 실평수가 호텔 스위트룸 크기에 맞먹는 63㎡로 더욱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객실 안의 가구 및 소품은 이재하, 조병주 등 주목받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야외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야외수영장은 사계절 온수 풀로 바꿨다.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선베드와 카바나를 설치해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을 즐기며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해비치 리조트 야경.
해비치 리조트에서본 일출.
100평 규모의 프리미엄 서비스 공간 ‘모루 라운지’도 조성했다. 마스터 스위트 이상 객실의 투숙 고객 및 라운지 전용 패키지 고객에겐 조식과 간단한 점심 식사, 쿠키와 차, 저녁 시간 무제한 주류 서비스가 제공된다.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표선 해안가를 달리며 상쾌한 아침을 여는 ‘선라이즈 런’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이크 라이딩’, 계절에 따라 추천하는 숲길이나 오름을 걷는 ‘포레스트 트레킹’, 일몰에 즐기는 ‘선셋 요가 및 싱잉볼 테라피’를 이용하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 이처럼 한층 고급스러운 유럽의 휴양지처럼 바뀐 만큼 올여름 휴가철 ‘예약 전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종달항 해변.
종달리 전망대 데크길.
◆고망난 돌에 올라 우도를 즐기다

해비치 리조트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자연스럽게 종달리해안도로에 접어든다. 광치기해변에서 하도해변으로 이어지는 약 11.2㎞ 도로는 제주 동쪽에 있어 해맞이해안도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출은 물론 아름다운 저녁노을도 감상할 수 있어 제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우도 도항선 선착장이 있는 종달항 작은 해변에선 친구와 여행 나선 20대 여성 셋이 해변을 독차지하고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물놀이를 즐긴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예쁜 사진을 얻기 좋은 곳.

종달리 전망대
종달리 전망대.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번갈아 가며 숨바꼭질하는 풍경을 즐기며 조금 더 북쪽으로 달리면 종달리의 뷰포인트로 소문난 종달리전망대를 만난다. 작은 주차공간과 데크길이 마련돼 5분이면 가볍게 전망대에 오른다. 해변을 신비롭게 꾸민 현무암 기암괴석, 작은 고기잡이배들이 오가는 쪽빛 바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우도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황홀할 정도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대한 성산일출봉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성능 무료 망원경이 설치돼 우도에서 오가는 여행자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재미는 덤.
고망난 돌 전망대.
고망난 돌 전망대.
다시 해안도로를 달리면 6월을 화사하고 풍성하게 꾸미는 종달리 수국길이 펼쳐지고 수국길 끝, 하도 해변으로 내려서기 전 고개에서 종달리의 숨은 보석, 고망난 돌 쉼터를 만난다. 빠르게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절대 비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도로에선 보이지 않을 정도로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외국인 여행자들이 다양한 포즈로 인생샷을 남긴다.
고망난 돌 쉼터.
고망난 돌은 제주 방언으로 구멍 난 돌이란 뜻. 가운데 둥그런 구멍이 난 큰 돌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지만 찾기 매우 어렵다. 쉼터에서 거친 바위를 헤치며 마을 쪽으로 100m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애환이 서린 불턱으로 사용되던 곳이기도 하다. 불턱은 과거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거나 작업 중 휴식을 취하는 곳. 제주의 다른 불턱은 돌을 쌓아 만들었지만 종달리의 불턱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이용한 점이 돋보인다. 고망난 돌 절벽에 섰다. 역시 비경이다. 절벽 끝까지 마치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듯, 검은 현무암 기암괴석 암봉이 펼쳐지고 그 너머 푸른 바다 위로 아스라하게 떠 있는 우도가 신비로운 풍경을 더한다.

제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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