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치료 효과 높이는 '원투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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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암에 대한 새로운 해결사로 여겨진다.
미국의 사립의학전문대학원인 스크립스연구소 소속 존 테이자로 면역학과 및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는 면역억제제인 '록소리티닙'을 면역관문억제제와 동시에 사용할 때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의 생산성을 높여 암세포와 싸우는 효과를 큰폭으로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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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암에 대한 새로운 해결사로 여겨진다. 인간이 지닌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와 싸우게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으면서도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종류의 면역관문억제제가 다양한 암 치료를 위해 승인받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치료 효과 자체는 우수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어 면역관문억제제 활용은 암 치료 분야에서 고민거리였다.
의과학자들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 균형을 유지하는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면 암세포와 싸우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이같은 병용 효과가 확인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암 치료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사립의학전문대학원인 스크립스연구소 소속 존 테이자로 면역학과 및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는 면역억제제인 '록소리티닙'을 면역관문억제제와 동시에 사용할 때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의 생산성을 높여 암세포와 싸우는 효과를 큰폭으로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의 면역반응 억제에 관여하는 면역관문 수용체와 리간드(유기물질)의 결합을 차단해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T세포와 암세포의 연결고리를 깨서 T세포가 체내에 발생한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암세포를 적으로 감지한 기존 우리 몸에 있던 면역세포들은 암세포 사멸에 나서게 되는 원리다. 다른 항암제와는 달리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또 특정 부위에 발생한 암세포까지 샅샅이 찾아내기 때문에 암 완치에 가까운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면역관문억제제의 이러한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암세포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들은 세포의 기능이 약해지는 'T세포 탈진'이 일어나곤 한다. 이렇게 되면 면역관문억제제가 T세포의 기능을 제대로 활성화시키지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면역억제제가 T세포의 생산량 자체를 늘리는 데 주목했다. 면역억제제는 면역 세포 발달에 필수적인 단백질에 작용하며 면역체계 자체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연구팀은 암의 전단계 질환 중 하나인 골수섬유화증이나 적혈구증가증에 사용되는 면역억제제 록소리티닙을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하는 쥐 실험을 실시한 결과 면역억제제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암과 싸우는 T세포나 자연살해(NK)세포의 수가 모두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쳐서 암과 싸울 수 없는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선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림프종에 암세포가 발생하는 호지킨병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2년간 약을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참가자 중 46%는 암의 진행이 중단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면역관문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호지킨병 환자에 효과를 내는 비율은 20% 미만이다.
연구를 이끈 테이자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선 두 약을 함께 투여했을 때 환자들이 명확한 이익을 얻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존 치료법을 넘어 면역치료에 저항성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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