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새 조약 '첫 이행' 연합훈련 나서나…내주 한미일 훈련에 주목

박응진 기자 2024. 6. 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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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인근 해역서 잠수함발사탄도탄·함대함 미사일 발사 가능성
"준비만 수 개월 걸려"…러시아 군사력 투입 가능 여력은 미지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이 조만간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새 조약으로 상호 유사시 군사개입 가능성을 연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의 효력을 과시하기 위해 연합훈련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조만간 부산항에 입항해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북한 미사일 방어훈련과 함께 다영역 3자 훈련을 시범적으로 진행한다.

'프리덤 엣지'(Freedom Edge)로 명명된 다영역 3자 훈련은 지난 2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미일 국방수장이 올여름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해상과 수중, 공중은 물론 사이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3자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미 항모를 동원한 이번 훈련을 통해 그 개념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이 미 항모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훈련을 하는 건 2개월 만이다. 3국은 지난 4월 11~12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역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참가한 가운데 대(對)잠수함전훈련과 조난 선박 수색·구조 훈련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북러의 '맞대응' 연합훈련 가능성은 지난 19일 정상회의를 통해 합의된 조약에 따라 제기되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0일 공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2조에는 "쌍방은 전략안정을 지향하며 전략전술협동을 강화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전략전술협동'에는 군사기술 교류는 물론 실기동 훈련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통해 연합훈련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러가 연합훈련을 한다면 양측 해·공군이 만나기 쉬운 동해 인근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 함정들이 북한의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 항모를 포함해 3국 해상전력 타격을 상정한 기동훈련은 물론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함대함 미사일 발사 등을 실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는 전투기와 해상초계기 등도 동원될 수 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4월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아래쪽부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다니엘 이노우에함. (해군 제공) 2024.4.12/뉴스1

만약 이런 훈련이 실시된다면 이는 북한 해군이 실시하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훈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러가 인접한 국경선 인근에서 전차·자주포를 포함한 지상전력과 무인기 등을 동원해 연합훈련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물론 북한의 열악한 공군력을 감안할 때 공중연합훈련만 단독으로 실시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확률이 높진 않지만 연합 특수전 훈련도 북러 군사당국이 함께 실시할 수 있는 훈련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경우 북한 측은 러시아 특수부대로부터 각종 전투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국주의 침략 방어' 등 자위(自衛)를 국방정책 기조로 삼아온 북한은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좀처럼 주변국과 연합훈련을 한 적이 없다. 이는 '혈맹'이라는 중국과도 마찬가지다. 중러 양국도 지난해 7월 연합해상훈련인 '북부연합-2023'을 실시하는 등 이미 오랜 기간 군사협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북한을 연합 군사훈련의 대상으로 상정하거나 실제 훈련을 실시한 전례는 없다.

만일 북한이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게 되면 북한이 수십 년간 '북침 훈련'이라고 주장해 온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모순적 행동이 된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북러는 새 조약이 이미 '방어적'이라는 논리를 펼친 바 있어 연합훈련 역시 '방어적 목적'임을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단 점에서 북러가 새 조약을 당장 물리적으로 '과시'하는 행동은 피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러시아의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진 탓에 군사력을 극동 지역으로 투입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연합훈련은 준비 기간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세 변화에 따라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과의 연합훈련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건 결국 전술핵을 탑재하기 위해서다. 북한 입장에선 잠수함 작전구역을 보호하기 위한 연합해상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라며 "다만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는 연합훈련의 성격상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에 맞서 당장 북러가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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