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AI 덕분에 ‘신흥’ 데이터센터 강국으로 부상

기존 데이터센터 강국은 일본·싱가포르
디지털 혁신·AI 개발 붐에 데이터센터 수요 늘자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강자로 부상
넓은 국토,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성장 중

말레이시아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수요가 급증한 데이터센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몇 년 동안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1.6GW(기가와트)의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초기 단계다. 만약 계획이 실현된다면 말레이시아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기존 강국인 일본, 싱가포르를 앞지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관련 회사인 DC바이트(DC Byte)의 제임스 머피 이사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말한 바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이뤄진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대부분은 싱가포르 국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조호르바루(Johor Bahru)에 이뤄지고 있다. 머피 이사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조호르바루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제로(0)였으나, 이제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동남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호르바루는 DC바이트가 집계한 ‘2024년 글로벌 데이터 센터 지수’에서 동남아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대부분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고 클라우드 수요가 늘면서 말레이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는 중이다.

여기다 AI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증했다. AI 데이터센터 다수는 일본과 같은 기존 시장에 구축돼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은 자국의 장점을 부각하며 투자를 유치 중이다. CNBC는 “AI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많은 공간과 에너지, 물이 필요하다”며 “전력과 토지 가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은 자원이 제한된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소규모 도시 국가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데이터센터 용량 증가를 조절한 것도 말레이시아를 데이터센터 강국으로 떠오르게 했다. 싱가포르에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가 많고, 국가 신뢰도도 높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전력, 물 소비를 이유로 2019년부터 데이터센터 용량 증가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이에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려던 데이터센터 건설이 싱가포르 인근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