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가능해야 국민?…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보는 사회[연구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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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확정 수술을 받은 이후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하사.
''성'스러운 국민'(서해문집)은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의 삶이 뿌리내리고 있는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쓰는 작업이다.
''성'스러운 국민'은 국민 국가가 만들어지기 위해 퀴어가 삭제되어야 했음을, 나아가 그 안에서도 퀴어들이 틈을 비집고 살아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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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확정 수술을 받은 이후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하사.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넘은 올해 4월에 이르러서야 그의 죽음은 순직으로 인정됐다. 국가를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과 특출난 전차 조종 역량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전역당해야 했던 걸까? 이것은 대한민국의 형성 과정에서 군인이 지니는 의미와 관련된다. ‘‘성’스러운 국민’(서해문집)은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의 삶이 뿌리내리고 있는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쓰는 작업이다.
식민지 시기 도입된 ‘간통죄’와 ‘정조’ 개념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가족’을 만들고 보호하는 도구였고, 여기서 통제되지 않는 여성은 ‘음란’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칠 수 있는 위험요소였다. 남성은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존재로 징집되었고, 국가는 입대를 피하려는 남성들을 색출하고 처벌했다. 바로 이 통제가 남성을 국민의 얼굴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국민으로서의 ‘권리’로 만들었고, 이는 목숨을 담보로 남성을 국민으로 인정해주는 동시에 여성을 2등 시민으로 만들어 왔다.
이 결과는 병역법과 경범죄처벌법을 통한 퀴어 존재의 통제로 가능했다. 남성의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만들고, 여성의 동성애는 ‘사춘기의 일탈’로 만들어서 국민을 재생산할 수 있는 이성애자로서의 남성과 여성만을 국민으로 인정했다.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규범을 교란하는 퀴어들은 ‘국민’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고,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성’스러운 국민’은 국민 국가가 만들어지기 위해 퀴어가 삭제되어야 했음을, 나아가 그 안에서도 퀴어들이 틈을 비집고 살아냈음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논의는 대한민국이 ‘하나의 공동체’인 동시에 ‘구멍난 공동체’(90쪽)라는 사실을, 그 구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질문들을 붙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질문에는 언제나 구멍이 빨아들인 삶들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안희제 작가·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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