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뜬다]④ 육류와 근접 '식물성 대체육' 우려되는 조류독감도 예방
[편집자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조류독감 ‘H5N1’이 소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조류독감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다음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이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확산되는 감염병을 막으려면 동물과의 접촉 빈도를 줄여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육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육류 섭취를 줄이면 가축으로부터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고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도축 등으로 인한 동물 고통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육류 대신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배양육, 식물성 대체육 등이 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은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참조: [푸드테크 뜬다]③ 도축 없이 고기 먹는 시대…배양육 강점은 '안전성') 대비 상용화에서 앞서 있다. 현재로서는 육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 배양육보다 거부감 적어...실감난 구현 위한 신소재 개발 필요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100억명에 도달할 예정이다. 단백질 수요량은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단백질 수요량을 충족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식물성 대체육이 개발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채식주의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기호와 맞물리면서 지속적인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연평균 9% 성장률을 보일 예정이다.
콩, 쌀, 감자, 해조류 등에서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식물성 고기, 식물성 해산물, 식물성 유제품 등을 구현하면 육류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동물권을 지키고 환경오염, 가축전염병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물성 대체식품은 육류 단백질의 대안”이라며 “식물성 식품은 과영양 시대에 고기 단백질 대비 단백질 및 지방 함량은 적으면서 식이섬유는 풍부해 과도한 영양분 섭취를 줄일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성 단백질의 식감과 영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크게 줄이는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기존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이 필요하다. 하 교수는 “전 세계적인 식품업계 최대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때문에 환경을 크게 손상시키며 얻어왔던 가축 단백질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크다”며 “축산업으로 단백질을 얻으려면 식물에서 얻을 때보다 물을 4~25배 더 사용해야 하고 화석연료는 6~20배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성 대체육은 탄소 저감화 등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전염성 병원체의 주원인인 동물에 대한 거부감, 고기는 건강에 나쁘다는 소비자 인식,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으로 생겨난 동물 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많은 장점이 있어 대체 음식으로 호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물성 대체육은 겉모양뿐 아니라 맛과 텍스처도 실제 고기와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김필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조직, 형태, 맛은 3D 인쇄기술, 식용 지지체 배합기술 등 식품가공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도기업들은 상당히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짐육 대비 생고기는 구현이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고기를 씹는 식감이나 육즙 등을 구현하는 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생고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식품원료 성분이나 식품첨가물 성분에서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초원천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려면 소재들을 배합, 압착, 성형, 지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고온에서의 압축, 혼합 등을 하는 과정에서 영양학적 손실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종의 조리과정에 해당하는 가공기술이므로 당연히 영양학적 변화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영양학적 변화에 의해 반응 향미나 갈변 반응처럼 기호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므로 단순한 ‘증진’ 또는 ‘손실’의 개념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전성 높고 가격 합리적...소비자 인식 개선은 과제
식물성 고기는 배양육 대비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고 안전성은 높은 편이다. 하 교수는 “조직을 배양할 때 사용하는 물질 중에는 식용으로 허가되지 않은 물질들이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배양효율이 높고 안전한 배지는 연구단계에 있으며 실용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가축전염병 위험을 줄이고 깨끗한 공정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지만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하 교수는 “배양육은 독성, 알레르기 등 충분한 안전성 평가가 완료돼야 허가를 얻을 수 있으며 생산 가격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기존 육류를 사 먹는 것보다 수십, 수백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실용화하기 쉽지 않고 허가를 얻는다 해도 소비자들이 시험관에서 나온 고기를 선뜻 구매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 상용화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식물성 대체식품은 이미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비건을 위한 식당들이 존재하고 식물성 버거, 햄, 소시지 등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단 식물성 대체육도 첨가제, 포화지방, 나트륨 등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소비자 안전을 위한 꼼꼼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식물성 대체육이 기존 육류의 대안이 되려면 육류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구매력 또한 향상돼야 한다. 하 교수는 ”현재 정부 차원의 식물성 대체식품 연구개발(R&D) 지원 및 산업 육성책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결국 식물성 대체식품의 성패는 시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콩고기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맛과 식감을 기술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맛을 넘어 식물성 대체육이 가진 긍정적인 기능을 인식할 수 있는 식문화와 소비자 구매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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