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엔 없지만 북중동맹에 있는 것…새로운 북러 조약에도?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4. 6.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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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각 동맹에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한국과 미국이 동맹 관계이듯이 북한과 중국, 북한과 구소련도 대표적인 동맹 관계였습니다. 동맹이란 기본적으로 군사동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 나라가 위협을 당하면 다른 나라가 군사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 북소 동맹(북러 관계)은 각각 차이가 있습니다. 동맹이 맺어진 역사적 맥락이 다르고 국제 정세의 변화가 또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문을 계기로 북러 간에 새로운 조약이 체결됐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북러 간 밀착이 한반도 구도에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온 셈입니다. 여기서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중심으로 각국의 동맹 관계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북중 동맹과 북소 동맹

북한과 중국과의 동맹 조약은 1961년 체결됐습니다.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입니다. 북중은 이 조약에서 한 국가가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다른 국가는 모든 힘을 다해 군사원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른바 자동 군사개입 조항입니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조중 동맹 조약, 제2조>

북한과 구소련 사이에도 1961년 군사동맹 조약이 체결됐습니다. <조소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입니다. 북한과 구소련도 이 조약에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합의했습니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조소 동맹 조약, 제1조>
 

북중 동맹, 북소 동맹의 변화

이렇게 북한과 중국, 북한과 구소련 사이에 자동 군사개입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동맹 조약이 체결됐지만, 북중·북소 군사동맹은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부침을 겪었습니다.

먼저, 북중 군사동맹은 탈냉전과 북한의 핵개발, 북중 관계의 미묘한 변화 등이 계속되면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쪽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북한 분쟁 시 중국이 자동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부딪힐 경우 중국이 군사개입하면 이는 미중 간의 분쟁으로 연결되는데, 중국이 북한 때문에 미국과 군사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습니다. 1950년대도 아닌 2020년대에 중국이 6.25 전쟁에서와 같이 미국과 전쟁을 불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북소 군사동맹은 북중 동맹에 비해 더욱 심하게 변화했습니다. 북한과 구소련과의 동맹 조약은 소련 해체 뒤 러시아 측 통보에 따라 1996년 폐기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 <조러 친선 선린 협조조약>을 새로 체결하고 같은 해 푸틴의 방북 당시 <조러공동선언>을 발표했는데, 두 나라에 안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로 접촉한다고만 했을 뿐 그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 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사라진 것입니다.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
<조러 친선 선린 협조조약, 제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 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어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조러공동선언, 제2조>

지난 1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 환영 의식. 사진 : 조선중앙통신

 

그렇다면 한미 동맹은?

이번에는 한미 동맹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에 중요한 초석이 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으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체결됐습니다.
흔히 이 조약에 의해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없습니다. 조약에 따르면, 양국은 타 당사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하도록만 규정돼 있습니다.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들어가지 않고 다소 애매한 '헌법상의 수속'만이 규정되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봐야 합니다.
1950년 맥아더 장군에게 무공훈장 수여하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 사진 : 국가기록원


6.25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미국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확약이 없는 휴전은 전쟁 재발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확실히 책임진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미온적이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 반대와 한국군 단독 북진을 주장하며 휴전협상을 추진 중인 미국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휴전이 눈앞에 다가온 1953년 6월, 2만 7천 명의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함으로써 자신의 압력이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휴전협상을 체결해야 했던 미국은 이 대통령을 어떻게든 달래야 했고, 결국 한미 간 방위조약을 체결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동의했지만, 미국으로서는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이 대통령에 의해 다시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까 하는 것이 걱정이었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미국 의회의 비준 통과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자동 군사개입 조항 삽입에 반대했습니다. 방위조약에 '헌법상의 수속'이라는 애매한 문구만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해도 미국이 개입할지 여부는 그 당시의 미국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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