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닥친 ‘냉정의 시대’… 인류가 펼친 ‘불같은 사랑’[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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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다시 전운이 고조되던 1929∼1939년.
당시 미국 작곡가 콜 포터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건 도대체 뭘까'라고 노래로 던진 질문에 답하듯, 시대는 불꽃 같은 사랑의 파노라마를 펼쳐냈다.
"세계의 역사는 적어도 그 절반은 사랑의 역사"(로베르트 무질)이고, "사랑하는 이들은 영원한 불확실성 속에 있다"(사르트르). 584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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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플로리안 일리스 지음│한경희 옮김│문학동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다시 전운이 고조되던 1929∼1939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을 소환해 새로운 스펙트럼을 부여하는 책이다. 놀랍게도 그 중심에 존재하는 건 ‘사랑’. 저자는 대공황이 몰아치고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하며 불안과 증오가 만연했던 격동의 10년을 당시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들의 연애사를 가져와, 다시 ‘쓴다’. 몰락의 분위기로 인해 ‘냉정의 시대’로 불렸던 그때가, 한편으론 ‘열정적인 사랑의 시대’이기도 했다고 일러주며 말이다.
책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고, 현재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으로 사랑에 빠져들었다. 예컨대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와 같은 소설가들이 그랬고, 피카소, 달리 등 화가들이 그러했으며, 해나 아렌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등 철학자 및 과학자들도 그랬다. 여기에, 스탈린과 아데나워 등의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당시 미국 작곡가 콜 포터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건 도대체 뭘까’라고 노래로 던진 질문에 답하듯, 시대는 불꽃 같은 사랑의 파노라마를 펼쳐냈다.
저자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등 수많은 자료에서 ‘전쟁 같은 사랑’ 얘기를 길어 올린다. 흥미로운 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여러 인물을 오가는 구성. 예컨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서로를 열렬히 원하던 시기에, 피카소는 일그러진 아내의 영혼을 읽어내고 새로운 애인에게 몰두한다. 또 마침내 달리가 갈라와 결혼했을 때,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를 정신병원에 보내게 된다. 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랑의 국면을 지나고 있고, 이들의 기적 같은 만남과 씁쓸한 이별, 이어지는 비극을 정신없이 오가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의 형태를 담은, 그래서 인간군상의 온갖 희로애락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대한 콜라주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책은 사랑을 통해 본 감정의 연대기라고 볼 수 있다.
어느새 100년. 콜 포터의 질문은 답을 찾았나. 저자는 두 소설가의 말로 대신한다. “세계의 역사는 적어도 그 절반은 사랑의 역사”(로베르트 무질)이고, “사랑하는 이들은 영원한 불확실성 속에 있다”(사르트르). 584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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